5.18 민주광장 가득 메웠던 李 유세 현장
임을위한행진곡·주먹밥 등 5.18 정신 강조
"민주주의와 안보 위기"라며 공포 마케팅
盧 비극 거론하며 "또 후회할 것이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8일 옛 전남도청 앞 5.18 민주광장에서 집중유세를 열고 광주시민들을 향해 "정치보복을 공언하고 검찰 국가로의 회귀를 아예 대놓고 공언하는 이들이 다시 집권하게 될 경우, 우리는 촛불 이전 정부가 아니라 훨씬 더 과거 군사정권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후보는 "광주시민 여러분은 호남의 다른 국민들과 함께 이 나라 민주주의를 책임졌던 분들이다. 언제나 개인적 이익보다 국가의 이익을 먼저 생각했고, 내 가족보다 공동체를 생각했던 분들이 아니냐"며 "여러분들이 희생을 치르면서 만들었던 민주공화국이 위기에 처하고 있다. 이걸 막아주시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의 이날 광주 유세는 5.18 광주민주화항쟁의 역사를 되새기는 데 초점을 맞춰 진행됐다. 이 후보의 연단 등장에는 으레 나오던 선거용 노래 대신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졌으며, 광주정신의 상징인 '주먹밥'을 이 후보에게 전달하는 시간도 가졌다. 5.18 기억을 공유하며 지지층과 공감대를 확산시키는 동시에,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피아 구분을 분명히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군사독재 세력들이 국민을 지키라고 준 총칼로 자기들의 알량한 권력을 위해 수없이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다"며 "하지만 광주 민주화 운동을 통해서 군사독재를 백일하에 드러나게 했고 지난한 투쟁 통해서 민주주의를 이뤄냈고 5년 전에는 촛불혁명을 통해 민주공화국을 만들어 냈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이어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치르면서 만든 민주공화국과 민주·인권·평화 가치가 위기에 처했다"며 "검찰국가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 군사정권도 힘들어서 수십 년을 고생했는데 다시 검찰들이 지배하는 검찰 왕국에서 검찰왕 지배에 우리가 종속당해야겠느냐"고 물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도 거론했다. 이 후보는 "13년 전 어느 날 검찰의 정치보복으로 극단적 선택을, 우리가 지켜주지 못해 후회하는 어떤 분이 있다"며 "지켜주지 못한 후회를 다시 겪지 말아야 한다. 정치보복은 어떤 경우에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그러면서 "통찰력과 혜안을 가지고 국민을 대신해 험한 길을 뚫어낼 사람과 새 대한민국을 함께 만들지, 아니면 정쟁에 골몰해 복수혈전을 기획하는 그들이 집권할지 두 가지가 (대선에서) 결정된다"며 "여러분이 역사의 주체이고 대한민국의 주인이다. 여러분의 결정에 따를 것이고 기회를 주면 최선을 다해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연설을 듣기 위해 광주와 전남 등에서 모인 지지자들로 5.18 민주광장이 가득 채워졌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뒤 가장 많은 인파가 모이며 지지세를 과시, 향후 세몰이를 위한 동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 후보는 19일 전북과 경기 일부 지역을 방문해 유세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날 유세에는 이낙연 전 대표를 비롯해 홍영표·설훈·정청래·기동민·민형배·이용빈 의원과 김원기 전 국회의장 등 민주당 원로들이 함께 했다.
이 후보의 연설에 앞서 연단에 오른 이낙연 전 대표는 "망치 눈에는 모든 세상이 못으로 보인다. 검사 눈에는 온 세상이 못으로 보일 것"이라며 "온 국민을 안고 가야 할 대통령이 사람들을 못인가 보고 다니면 국민들이 편하겠느냐. 민주주의는 발전할까 퇴보할까. 국민생활은 좋아질까 나빠질까. 그런 세상이 오지 않게 해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