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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해진 이재명 메시지, 걱정되는 이유 [정계성의 여정]


입력 2022.02.15 07:00 수정 2022.02.15 14:00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노무현 비극' 거론하며 적개심 강화

캠프 인사 '尹 오살 의식' 논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2일 충북 청주시 성안길에 도착해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유시민 작가는 막스 베버의 책 '소명으로서의 정치'를 인용하며 "정치인들은 비창조적 흥분상태, 또는 불모의 흥분상태, 또는 비생산적 흥분상태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고 했었다. 2019년 일본의 소·부·장 무역규제 당시 '친일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본을 향해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냈던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을 향한 논평이었다.


베버가 말한 '비창조적 흥분상태'란 아무 생산성이 없는, 혼자 분출됐다가 결실 없이 사라지는 감정 과잉 상태로 볼 수 있다. 정치인이 가져야 할 덕목인 열정과 비슷하지만 '생산성'이 빠져 있다는 점에서 분명히 다르다. 그래서 대중정치인은 자기 절제와 균형적 판단을 통해 '비창조적 흥분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그런데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후보의 메시지는 '비창조적 흥분상태'로 보여질 정도로 위험수위다. "정치는 복수혈전의 장이 아니다", "촛불집회도 처벌당하는 폭압·공안통치의 나라가 될 수 있다", "사적 이익 때문에 누군가 죽는 일은 막아야 한다" 등이다. '집권하면 전 정권 적폐청산 수사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해야죠, 돼야죠"라는 말 한마디가 단초였다.


나아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인 일도 주저하지 않고 다시 꺼냈다. 이 후보는 지지자들을 향해 "정치보복으로 노 전 대통령을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다"며 "똑같은 후회를 두 번씩 반복할 것이냐"고 묻는다. 마치 윤 후보가 당선된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극단적 선택을 할 것처럼 들린다.


이 후보의 즉석연설에서 또 빠지지 않는 것은 윤 후보의 '무속' 논란이다. 건진법사의 말을 듣고 신천지 압수수색을 거부해 국민의 생명에 위협을 가했다는 게 요지다. "말도 안 된다"는 윤 후보의 해명이 나왔지만 주장을 거둘 생각이 없다. 심지어 '최순실' '궁예' 등을 예로 들며 그 프레임을 더욱 강화시킨다.


이 후보로부터 선대위 직책 임명장을 받은 한 지지자는 윤 후보를 향해 이른바 '오살 의식'을 행했다. 왕정 시대 역모를 행한 죄인의 머리를 찍어 죽인 뒤 팔다리를 베는 잔인한 사형 저주를 내린 셈이다. 당사자는 논란이 커지자 삭제 후 사과문을 냈지만, 상대 진영을 향한 적개심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 가수 안치환 씨는 윤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를 겨냥해 '마이클잭슨을 닮은 여인'이라는 신곡을 발표했다. 안씨는 "저항가요에 있어 풍자와 해학의 가치는 언제나 최고의 예술적 덕목"이라며 "'마이클 잭슨을 닮은 여인' 이 그 범주에 속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했다.


가사에는 '왜 그러는 거니 / 뭘 탐하는 거니 / 자신을 알아야지 대체' '얼굴을 여러 번 바꾼 여인 / 이름도 여러 번 바꾼 여인 / No more No more'라는 내용을 담았다. 혐오의 정서만 느껴질 뿐, 상대진영도 웃을 수밖에 없는 재치 넘치는 해학과 풍자가 어디에 담겨 있는지는 의문이다.


자유한국당을 항했던 유시민 작가의 말은 3년 만에 부메랑처럼 민주당으로 돌아오고 있다. 유 작가는 "이런 심리적 흥분이 어떤 좋지 않을 것을 낳을 가능성이 있는지 없는지 점검해봐야 한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자기의 일상과 삶을 그와 비슷한 심리 상태에서 살아갈 때 타인에게 어떤 상처를 입힐지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대선이 끝나면, 다시 일상이 시작되겠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비창조적 흥분상태'는 국민에게 깊은 상흔만 남길 뿐이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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