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팍스로비드 처방, 50대 이상 기저질환자가 양성 판정 받은 경우에만 가능
국내 반입 물량 총 3만2000명분…3일 기준, 투약 1275명·투약률 4%
전문가 "사망한 10대 확진자처럼 50세 넘지 않아도 고위험군 많아…나이 보다 아픈 사람이 중요"
"필요한 사람에게 먼저 투약해야…팍스로비드 투약 확대 보다 약국 경유 시스템 개선 시급"
지난달 투약이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먹는(경구용) 치료제 '팍스로비드'의 효과는 뚜렷하지만 활용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나이 제한을 철폐하고 필요한 사람에게 먼저 투약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가 팍스로비드 처방 대상을 늘려야한다고 촉구했다.
8일 방역당국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정부가 화이자와 계약한 팍스로비드 총 물량은 76만2000명분이다. 이 가운데 국내에 실제 반입된 물량은 지난달 13일 초도물량 2만1000명분과 이달 1일 추가로 들여온 1만1000명분 등 총 3만2000명분이다. 그러나 실제 국내에서의 처방·투약은 지난 3일 기준 누적 1275명분에 불과하다. 투약률이 채 4%도 되지 않는 셈이다.
현재 팍스로비드는 확진자 가운데 50대 이상 당뇨, 고혈압, 천식 등의 기저질환자가 유전자증폭(PCR)검사를 통해 양성 판정을 받은 경우에 한 해 처방이 가능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가 팍스로비드 처방 대상을 늘려 더 많은 확진자에게 투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번에 10대 확진자 중에 사망자가 발생한 것처럼 50세가 넘지 않는 집단에서도 당뇨가 있거나 비만도가 높은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들도 고위험군이라고 봐야 한다"며 "지금은 연령으로만 투약 대상을 제한해놨기 때문에 본인이 약을 먹고 싶거나 치료받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디.
실제로 지난 4일 광주에서 10대 A군이 코로나19 재택치료 기간이 끝나고 며칠 뒤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유족들은 A군이 재택치료 기간에 보건 당국과 제대로 소통이 이뤄지지 않았고, 치료도 잘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기석 한림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나이가 어리고 기저질환이 없이도 아픈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원래 팍스로비드는 12세 이상, 몸무게 40kg 이상의 조건만 충족하면 투약이 가능하다"며 "정부에서 물량이 부족하니까 모자랄 것을 대비해서 투약 대상을 제한해두고 있는 것이다. 지금 아픈 사람은 중요하지 않냐"고 비판했다. 정 교수는 "지금 한두 명씩 '팍스로비드' 투약하지 못해 위급해지는 환자가 나오고 있다"며 "먼저 필요한 사람한테 써야 한다. 나중에 부족한 것은 나중 문제"라고 강조했다.
무작정 투약 대상을 늘리면 안 된다는 반론도 있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은 본격적인 유행이 다가오지 않은 시점이다. 공급이 안정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환자가 폭증하는 경우 지금 가진 치료제로 감당을 할 수 없다"며 "10만명씩 확진자가 발생하면 1%가 투약이 필요한 환자라고 쳐도 하루에 1000명씩 투약 환자가 늘어난다. 일주일이면 보유 물량이 바닥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 팍스로비드는 아무에게나 처방할 수 있는 약도 아니다. 환자 상황에 따라 투약할 수 있는 환자도 제한적이기 때문에 투약 상황과 유행 상황을 좀 더 지켜본 후 투약 결정을 내리는 것이 맞다"며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재택치료 환자 가운데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환자에게 약이 전달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반드시 약국을 거쳐야 하는 시스템이 먼저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