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 이어 샤넬도 시내 면세점 철수
‘브랜드 훼손’은 표면적 이유…中 직접 공략 위한 포석 해석도
업계 “면세한도 상향 없는 구매한도 폐지는 무용지물”
최근 루이비통, 샤넬 등 명품 브랜드가 국내 시내 면세점 철수 방침을 발표하면서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면세점 이탈에 대한 표면적인 이유는 ‘브랜드 가치 훼손’이지만, 이 같은 결정의 배경에는 명품 소비가 급증하고 있는 중국 면세시장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사태에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세계 1위 수준으로 성장한 중국을 바라보는 국내 면세업계의 긴장감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샤넬코리아는 내달 31일자로 서울을 제외한 부산(롯데면세점), 제주(신라면세점) 시내면세점 영업을 종료할 예정이다.
루이비통도 내달부터 신라면세점 제주점, 롯데면세점 부산점을 시작으로 내년 3월까지 공항면세점을 제외한 국내 시내면세점에서 철수할 계획이다.
이들은 시내면세점 철수 이유로 중국 보따리상 구매가 늘면서 브랜드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중국 보따리상은 국내 면세점에서 큰 손으로 통한다.
특히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제한되면서 이들에 대한 매출 의존도는 90%에 달할 정도다. 때문에 국내 면세점들은 이들을 잡기 위해 매출의 40%가 넘는 수수료를 제공하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급 이미지를 표방하는 명품 브랜드 입장에서는 과도한 가격 할인으로 브랜드 가치가 떨어진다는 이유를 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 면세시장의 직접 공략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가 발표한 '2021년 중국 사치품 시장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사치품 시장은 전년 대비 36% 커진 4710억 위안(88조9000억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의 두 배 수준으로 성장했다. 보고서는 또 2025년 중국이 미국과 유럽을 제치고 세계 최대 명품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성장의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규제완화 등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
정국 정부는 하이난섬을 면세특구로 육성하기 위해 면세한도를 2018년 연간 1만6000위안(약 280만원)에서 2020년 7월 10만 위안(1889만원)으로 높였다.
또 자국민들도 하이난에서 면세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방문 이후 6개월 간 온라인으로 면세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 조치로 1인당 구매액은 두 배 이상 늘었고, 현지 면세업체인 중국국영면세품그룹(CDFG)은 세계 1위 면세업체로 급성장했다.
반면 국내는 경제규모나 소비력 확대에도 불구하고 9년째 면세한도가 600달러(약 72만 원)에 머물러있다.
정부가 코로나 관광·소비 진작을 위해 올 3월부터 현재 5000달러(약 590만원)인 내국인의 면세점 구매한도를 폐지할 예정이지만 면세한도 상향 없이는 무용지물이란 지적이 나온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생색내기에 불과한 반쪽자리 조치라는 비난도 일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코로나19 이전 세계 4위였던 중국면세품그룹(CDFG)이 1위로 올라서는 사이 2, 3위에 올라 있던 국내 면세점들은 반대로 순위가 하락했다. 기업 자체 경쟁력 보다 규제 완화 등 정부 정책이 산업 성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셈이다.
면세업계는 현재는 해외 여행길이 제한된 상황인 만큼 당장 큰 영향은 없다는 반응이지만, 향후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 이후 면세점 매출을 떨어트리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상태다.
특히 시내면세점에서의 명품 구입은 외국인보다 내국인 비중이 높다 보니 코로나19 이후 면세점 매출 감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주요 명품 브랜드 이탈로 매출이나 쇼핑객 방문이 떨어지는 점도 문제지만 대대적인 규제 완화를 통해 글로벌 면세수요를 빨아들이는 중국 면세점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다”고 전했다.
이어 “면세업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업종인 만큼 코로나19 사태가 끝나지 않는 이상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면서 “국내 면세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내국인 면세한도 상향 등 정부의 대승적인 판단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