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지침서 초안 작성자 대장동 재판 출석
"백운지식문화밸리 지침서 사업현황·계획만 수정…그외 내용 같았다"
"정민용 변호사와 가장 많이 논의"…내용 바뀐 구체적 경위는 몰라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서 초안을 작성한 외부 용역 연구원이 대장동 사업의 공모지침서가 전문가의 의견이 반영되기 보다는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공)의 입장대로 수정됐다는 취지의 증언을 내놨다.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양철한 부장판사)는 유동규 전 성남도공 기획본부장과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에 대한 6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증인으로는 재단법인 한국경제조사연구원 소속 연구원이었던 박모씨가 출석했다. 한국경제조사연구원은 2014년 성남도공으로부터 대장동 개발사업 타당성 검토 용역을 받았고, 당시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던 박씨는 공모지침서 초안을 작성했다.
박씨는 "정민용 변호사가 (증인의) 사무실을 찾아가 공모지침서를 수정해준 사실이 있다고 진술했는데 그런 기억이 없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자세히 기억나지 않고, 그가 사무실에 온 적은 있다"고 답했다.
이에 재판부가 "증인이 혼자 작성했다는 공모지침서를 발주처 담당자가 와서 수정해주기도 했느냐는 질문인데, 증인이 기억 못 할 수가 없지 않나"라고 다시 묻자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씨는 공모지침서 작성 과정에서 정 변호사와 주로 가장 많이 논의했다고 밝혔다. 정 변호사는 화천대유에 거액이 돌아가게 사업을 설계하고 성남도공 측에 최소 651억원이상의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를 받고 있다.
아울러 박씨는 앞선 의왕 백운지식문화밸리 도시개발사업의 공모지침서를 참고해 새 지침서를 만들었다고 증언했다. '2건의 공모지침서가 대동소이했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는 "제가 작성했을 때는 거의 사업현황이나 계획만 수정됐다. 그 외에 내용은 같았고 특이하게 변경된 점도 없다"고 답했다.
대장동 개발사업 공모지침서는 의왕 백운지식문화밸리 사업 공모지침서와 내용이 유사하지만, 일부 규정만 화천대유 쪽으로 수익을 몰아주는 식으로 변경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또 '의왕 백운지식문화밸리 사업 공모지침서와 민간사업자 이익 분배 방법 등은 다른 내용으로 작성하는 것이 좋겠다고 공사 측에 제안한 것이 있었나'라는 검찰 측 질문에는 "제안할 이유가 없다. 공모지침서 자체가 발주처에 유리한 내용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유리한 게 뭔지 모르는 저희는 먼저 제안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또 "정 변호사로부터 성남도공이 일정한 사업 이익을 우선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지시받은 일이 있나"라고 묻자, 박씨는 "없었다"고 답했다. 공모지침서 내용 중 공모 신청 자격과 사업계획서 작성·평가 기준 등 세부 사항에 관해서도 "제가 임의로 작성해서 제안한 것들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김만배 씨의 변호인은 박씨에게 "증인의 생각이나 의견이 전혀 없이 성남도공이 시킨 대로 의왕 백운지식문화밸리 사업 공모지침서 내용을 수정했다는 것인가, 아니면 증인의 전문가적인 생각이 공모지침서에 반영된 것인가"라고 재차 물었다.
이에 박씨는 "전자가 맞는 듯하다"며 "공모지침서는 발주처의 입장일 뿐 연구처의 의견이 들어갈 일이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박씨는 공모지침서를 누가 어떻게 수정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