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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학계 “전문성 결여된 국민연금 수탁위, 대표소송 부적절” 한 목소리


입력 2022.02.07 16:59 수정 2022.02.07 16:59        이건엄 기자 (lku@dailian.co.kr)

국민연금 대표소송 본격화하려는 정부 움직임 비판

최광 한국외대 교수 “수탁위, 기업경영 전문가 아냐”

허희영 한국항공대 총장 “시장 판단과 반대 행보 우려”

최광 한국외대 명예교수(왼쪽 두번째)가 7일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국민연금 대표소송, 바람직한가' 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 최 명예교수, 허희영 한국항공대 총장.ⓒ전국경제인연합회

국민연금이 대표 소송을 제기하고 소송 권한을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에 일임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업 경영을 진단할 수 있는 전문성이 결여 된데다 정치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있어 시장논리에 위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기업인의 소극적인 경영으로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 꺾여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최광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7일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국민연금의 대표소송, 국민을 위해 바람직한가' 좌담회에서 “정부든 기금운용 전문가든 누구도 기업 경영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경영에 개입할 수 없고 개입해서도 안된다”고 밝혔다.


이어 “기금 운용의 '감독' 기능만 해야 하는 정부가 직접 '선수'로 뛰고 있다”며 “장관이 위원장인 기금운용위원회 산하에 투자정책전문위원회와 수탁위가 설치됐고, 상근전문위원 임명을 복지부가 관장함에 따라 복지부가 선수로 뛰는 체제가 완벽히 마련됐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1997~1998년 제34대 복지부 장관, 2013~2015년 제14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역임했다. 이날 행사에는 최 교수를 비롯해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과 허희영 한국항공대 총장(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위원 역임)이 참석했다.


현재 국민연금은 이원화된 대표소송 제기 주체를 수탁위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월 중 열리는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 활동 지침' 개정안을 심의·의결할 예정이다.


대표소송은 회사의 이사가 법·정관 위법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경우 국민연금과 같은 주주가 해당 이사에게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뜻한다.


현행 지침에서 국민연금 대표소송 결정 주체는 원칙적으로 기금위가 맡는다. 기금위가 처리하기 곤란한 사안, 수탁위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이 수탁위에 회부할 것을 요구한 사안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수탁위에 판단을 넘긴다.


이날 참석자들은 대표소송에 있어 수탁위의 전문성과 독립성 결여에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수탁위 구성 상 기업 경영을 판단할 전문성을 갖추기 어려운데다 정부를 비롯한 정치권의 개입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설명이다. 수탁위는 근로자 추천 3인, 지역가입자 추천 3인, 사용자 추천 3인 등 총 9인으로 구성된 자문기구다.


허 총장은 “기금운용본부만 해도 실장급입면 금융투자 경력이 15년 이상인 전문가”라며 “이들이 결정하지 못하는 것을 수탁위에다 넘겨주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수탁위에서 캐스팅 보트를 쥐는 것은 가입자 대표 세 명일 수밖에 없다”며 “그 동안의 사례를 보면 시장의 판단과 반대로 보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 “수탁위는 비상근 위원들이고 상근위원도 3명이 있지만 전문성이 부족하다”며 “기금운용위원회 역시 기본적으로 정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도 “(수탁위원들이) 최고의 전문가라고 하면 이 제도(대표소송)을 도입해도 괜찮다”며 “하지만 그들은 기금운용 전문가도 아니고 기업 정리의 전문가들이 아니기 때문에 우려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표소송 도입 시 기업 활동의 위축에 대한 우려도 상당했다. 전문성이 결여된 수탁위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경우 경영 판단을 내리는데 있어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권 부회장은 “국민연금은 결코 정치가 경제의 전문성을 앞서가서는 본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며 “이러한 국민연금의 구조가 유지된 상황에서 대표소송에 (나서게 되면) 경영인인들이 보수적인 경영을 하게 되고 우리기업의 성장 동력을 잃게 되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큰 기업들 261개 회사 중에 국민연금이 2대주주인 곳은 79.7%인 208곳에 달한다”며 “전문성을 갖추지 않고 정치적 판단이 개입될 경우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건엄 기자 (lk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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