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SNS 통해 정부 경제 성과 홍보
오미크론 확산 위기 동안 게시물 연재
“치적 홍보 아닌 민생 경제 고민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는 상황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자신의 사회관계망(SNS)을 통해 ‘문재인 정부 경제 성과’ 홍보물을 연재하자 이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홍 부총리는 지난 10일부터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정부 경제 분야 36대 성과·과제’란 제목으로 게시물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그는 모두 15회에 걸쳐 이번 정부 성과와 과제에 대한 게시물을 올리겠다고 예고하며 “우리 경제에 자부심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25일 11번째 게시물로 ‘탄소중립 기반 구축, 에너지 정책 전환 등 미래대비 선제적 구조전환 추진’을 올렸다. 홍 부총리는 해당 게시물을 통해 정부가 탄소중립과 기후변화 위기에 선제 대응하고 청정에너지 전환과 산업생태계 조성 등에 이바지했다고 밝혔다.
이날은 국내 코로나19 발생 이후 역대 최다 신규확진자(8721명)를 기록한 날이다.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되면서 확진자 규모가 크게 늘었고 이에 따라 정부도 새로운 방역체계로 오미크론 대응단계를 가동하기로 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설에도 고향 방문을 자제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며 “불가피하게 방문해야 한다면 설 연휴가 시작되기 전 백신 3차 접종을 받고 출발 전 꼭 진단 검사를 받아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 홍 부총리가 11번째 글을 게시하자 일부에서는 부총리가 현 방역 상황의 위중함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홍 부총리가 게시물 연재를 시작할 당시 3~4000명을 오르내리던 확진자가 불과 2주 사이 8571명으로 늘면서 방역 상황이 나빠졌는데 경제 수장이 치적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홍 부총리가 지나치게 정부에 유리한 수치만 골라 홍보한다는 점도 비판 대상이 됐다. 고용률 경우 1년 전과 비교해 크게 늘었다고 강조하면서도 전년도 고용률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최악의 상황이었다는 점은 언급하지 않는 식이다. 홍 부총리는 재정 건전성 또한 주요국보다 양호하다고 강조하면서 국가 채무 비율이 급등하고 있다는 점은 거론하지 않았다.
이러한 이유로 홍 부총리 게시물에는 비판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한 페이스북 이용자는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라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하면 열이 받아 죽겠는데 지금 성과를 자랑하나? 정말 화가 난다”고 댓글을 남겼다. 또 다른 이용자도 “재벌 빼놓고 대부분 국민이 살기 힘들다고 하는데 경제 담당자가 자화자찬이라니 부끄러움도 없나”라고 비판했다.
이 밖에도 “초과 세수 틀린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왜 한 마디도 없냐”, “정부 치적을 시리즈로 올린다고? 정신 차리고 서민들이 어떻게 사는지 보라”, “자신의 무능을 먼저 되돌아 보라” 등 게시물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한 경제전문가는 “홍 부총리는 사실 예전부터 주요 경제 이슈에 대해 SNS로 홍보를 꾸준히 해 왔다”며 “특히 최근 초과 세수 논란을 거치며 경제정책 성과가 기대만큼 알려지지 않고, 무엇보다 정부 임기가 끝나가면서 자신의 치적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코로나19 때문에 피부로 느끼는 경제의 어려움은 여전하고 물가마저 계속 오르는 현실에서는 홍 부총리 게시물에 공감하기 힘든 국민이 많을 것”이라며 “(홍) 부총리가 국민이 괴리감을 느끼는 이런 게시물보다는 차라리 임기가 끝날 때까지 치솟는 물가, 얼어붙은 내수 경기 활성화를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더 큰 공감과 감동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