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개봉
배우 강하늘이 올해 설을 책임진다. 강하늘은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로 돌아와 능청스럽고 허당기가 가득하지만 우직한 무치로 스크린을 가득 채웠다. 코미디 연기부터 액션까지, 강하늘은 언제나 그랬듯, 무치가 자신인 것처럼 자연스러움을 무기로 극을 끌어간다.
'해적: 도깨비 깃발'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왕실 보물의 주인이 되기 위해 바다로 모인 해적들의 스펙터클한 모험을 그린 영화다. 2014년 866만 관객을 동원한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후속작이다. 전편은 개봉 당시 김남길과 손예진의 유연한 연기로 많은 사랑을 받았기에, 속편의 새 주인공인 강하늘과 한효주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이 기대감이 배우에게는 부담이 되지 않았을까.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은 저도 재미있게 봤어요. 김남길 선배의 연기를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저는 눈앞에 있는 대본에 더 집중했죠. 그게 맞는 길이라고 생각했고요. 처음 제안을 받고 내가 전편과 비슷한 내용인지 알았는데 이야기 자체가 굉장히 다르더라고요. 주인공들의 모험이 더 강해진 느낌이었죠. 재미있게 찍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무치는 자칭 고려 제일 검이자 의적단 두목인 인물이다. 과거 고려 시절 나라를 위해 충성하는 마음이 강했지만 조선이 세워진 후 현재는 망망대해 위 해랑(한효주 분)의 해적선에서 지내고 있다. 과거 고려 제일 검이었다는 말을 해봤자 해랑과 그의 부하인 해적들에게 비웃음만 살 뿐이다. 배의 리더가 되고자 벌이는 해랑과의 신경전은 자꾸만 무치의 굴욕으로 돌아온다.
"무치는 앞뒤 안 가리고 돌진하는 캐릭터입니다. 대본 안에 표현된 게 그런 모습이었어요. 무치가 글이 아닌, 움직이는 나로 표현하고자 했을 때 '무치라면 저럴 수 있지'를 살리는 게 최대 목표였어요. 우당탕탕, 좌충우돌 소리가 나는 캐릭터를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웃음) 모든 캐릭터가 워낙 색이 확실해서 다른 캐릭터들을 만날 때마다 재미있었고 시너지가 났어요."
과거 회상 속 무치와 현재의 무치는 180도 다른 성격이다. 나라를 위해 목숨까지 걸 각오가 돼 있었던 무치지만, 지금은 그 나라로부터 멀리 도망쳐, 유유자적한 삶을 유지 중이다.
"과거가 단단한 사람일수록 더 쉽게 풀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느낌을 표현하고자 했어요. 무치는 나라를 진심으로 생각하는 무관이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하고, 이전의 모습을 모두 버렸다고 해석했어요."
영화 초반, 조선의 영역에 들어온 일본 배를 제압하는 장면은 그동안 무시를 당했던 무치가 고려 제일 검이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첫 액션 장면이다. 줄 타고 배와 배 사이를 이동하고 액션을 보여주는 신으로 짧지 않지만 롱테이크로 진행됐다.
"사실 이 장면은 롱테이크도 아니었고 촬영 당일 아침에 합이 바뀌기도 했어요. 무술 감독님이 '롱테이크로 가보자, 재미있겠다'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롱테이크로 가서 한 번에 오케이가 되면 집에 빨리 갈 수 있겠단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하하. 사실 개인적으로도 롱테이크를 좋아하기도 하고요. 무술팀 덕분에 네 다섯 번 만에 끝났어요."
강하늘은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장면을 보호대 없이 촬영했다. 그는 보호대 없이 촬영하는 일은 오히려 지양되어야 하고, 칭찬받을 만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다만 자신은 아픈 연기를 잘하지 못해 선택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보호대 없이 촬영했다고 더 대단하고 열정적인 투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배우는 다치지 않는 걸 우선시해야 하거든요. 다치게 되면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비상에 걸리니까요. 그런데 저는 안 아픈데 어딘가 아픈척하는 걸 진짜 못해요. 보호대를 착용하면 정말 하나도 안 아픈데, 제가 아픈 척 연기를 못해서 그렇게 한 것뿐입니다. 다행히도 무술팀이 안전하게 진행해 주셔서 보호대 없어도 다치거나 그러진 않았어요."
상대역 한효주와는 2015년 '쎄시봉' 때 만난 바 있다. 당시 강하늘은 윤형주, 한효주는 '쎄시봉'의 뮤즈 민자영 역을 맡았다. 당시 서로의 상대역이 아니었기 때문에 교감할 일이 적었지만 이번 작품은 한층 가까워졌다. 강하늘은 한효주의 준비성과 지치지 않는 열정에 박수를 보냈다.
"(한) 효주 누나는 액션스쿨에서 내내 살았던 것 같아요. 제가 액션 스쿨 갈 때마다 연습하고 있더라고요. 그런 노력들이 해랑에 잘 표현된 것 같고요. 현장에서도 계속 칼을 손에 익히려고 하는 모습들이 보였어요. 자신이 맡은 역할에 진심을 가지고 진지하게 다가간다는 생각을 했죠. 효주 누나와 연기를 하고 있으면, 연기하는 것 같지가 않아요. 그냥 대화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편안하게 촬영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강하늘은 한효주와 티격태격 케미스트리를 보여주며 러브라인을 형성하는 반면 부흥수 역의 권상우와는 과거부터 읽힌 악연을 이어가며 대립각을 세운다. 권상우가 액션에 능한 배우라는 건 이미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강하늘은 권상우와 액션 합을 맞추며 다른 결의 만들어가는 재미를 배웠다.
"(권) 상우 형은 제가 배우가 되기 전부터 한류스타로 대단하신 분이라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털털하고 재미있는 분이셨어요. 제가 상우 형의 액션 연기에 논하는 건 건방진 것 같고 한 마디로 고수에게 한수 배우는 하수의 입장으로 배우면서 찍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아이디어도 많으시고 그걸 형님과 구현해나가는 재미가 있었죠. 아무리 힘든 장면이거나 감정의 날이 서 있는 연기를 해도 저는 즐거웠어요."
'해적: 도깨비 깃발'은 바닷속에 묻힌 보물을 찾는 여정을 담은 만큼 수중 촬영의 비율도 꽤 높았다. 폐소공포증이 있는 강하늘에게 수중 촬영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마음대로 숨을 쉬지 못하는 곳에서 오는 공포감이 있어요. 물속에서는 안 그러지 않을까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심리적인 부분인지 힘들더라고요. 처음에는 너무 어려웠는데 주변에서 다들 저의 상태를 배려해 주셨어요. 사실 극복을 했다기보단 받아들이며 촬영을 했죠. 나중에는 코에 물이 가득 차 있는 것도 익숙해지고 점점 괜찮아지더라고요."
코로나19로 오랜 시간 극장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재 '해적: 도깨비 깃발'이 설 연휴를 공략해 관객들과 만난다.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강하늘의 목표는 손익분기점이다.
"저는 모든 작품의 목표를 손익분기점으로 잡아요. 우리 작품으로 슬픈 사람은 없어야 하지 않나란 생각을 항상 하거든요. 저는 결정을 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잘 모르겠지만 많은 분들이 여러 가지 회의를 하고, 이 모든 회의가 연결된 끝에 지금이 가장 베스트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개봉을 결정한 거라고 생각해요. 많은 분들이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강하늘에게 예비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일 '해적: 도깨비 깃발'만의 특별한 매력을 물었다.
"스크린을 넘어서는 뻥 뚫린 느낌을 받으실 겁니다. 극장에 오셔서 탁 트인 곳에서 모험을 함께 떠나는 시원한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