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문정부 대화 촉구에도
대남정책 언급 無
美, 日 연계해 CVID 지속 언급
문재인 정부가 임기말 대북성과를 위해 외교 역량을 집중했지만, 북한의 '외면'과 미국의 '거리두기'로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고 있다. 한국을 매듭 삼아 북미관계를 다시 잇겠다는 문 정부 구상이 북미 모두에게 냉대받는 모양새다.
지난 20일 북한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 주재한 정치국 회의에선 대미정책만 논의됐다. 북한의 연이은 군사행동에도 '도발' 규정을 삼가며 대화를 촉구하는 문 정부를 '패싱'한 것이다.
매체들은 "현 조선반도(한반도) 주변 정세와 일련의 국제문제들에 대한 분석 보고를 청취하고 금후(향후) 대미 대응방향을 토의하였다"며 "우리가 선결적으로, 주동적으로 취하였던 신뢰구축 조치들을 전면 재고하고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들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히 검토해볼 데 대한 지시를 해당 부문에 포치(공지)했다"고 전했다.
지난 2017년 11월 이후 잠정 중단해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와 핵실험을 재개할 수 있다며 미국에 으름장을 놓은 셈이다.
같은 맥락에서 북한이 올 들어 감행한 군사도발 역시 미국을 겨냥한 무력시위 성격이 농후하다는 평가다.
실제로 북측의 올해 첫 도발(5일)은 미국이 상반기 한미연합훈련 개최 의지를 재확인한 다음날 이뤄졌다. 다음 도발(11일)은 북한의 지난 5일 군사행동을 규탄하기 위해 미국 주도로 유엔 안보리 비공개회의가 소집된 직후 감행됐다. 세 번째 도발(14일)은 북한 외무성이 미국의 독자 제재 도입에 공개 반발한 지 8시간 만에, 지난 17일 도발은 북한이 외곽매체 등을 통해 미국의 적대정책·이중기준 철회를 거듭 촉구해온 상황에서 진행됐다.
美日 화상 정상회담 앞두고
"北 CVID 강력하게 다짐"
북한이 문 정부를 외면하고 대미 메시지를 연이어 쏟아내는 가운데 미국 역시 문 정부와 서서히 거리를 넓혀가는 분위기다.
미국과 일본이 화상 정상회담을 앞두고 20일(현지시각) 발표한 공동성명에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북한의 핵무기를 비롯해 대량살상무기 및 모든 사거리의 탄도미사일은 물론 관련 프로그램·시설에 대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해체(CVID)를 강력하게 다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CVID는 북한이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표했던 용어로, 문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당시부터 미국이 해당 용어를 사용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문 정부 임기가 넉 달가량 남은 상황에서 북한의 연이은 군사도발을 계기로 일본 '입김'이 거세지는 모양새다.
실제로 미국은 북한의 지난 5일 도발을 규탄하기 위해 일본·영국·프랑스·아일랜드·알바니아 등과 함께 발표한 공동성명에서도 CVID 표현을 사용한 바 있다. 각국 유엔주재 대사들이 참여한 해당 공동성명에 한국은 불참했다.
무엇보다 일본 정부가 미국이 공들이고 있는 대중국 견제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만큼, 향후 미국 대북정책에 대한 일본 영향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앞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해 11월 "미국에 좋은 동맹은 좋은 동맹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설리번 보좌관은 미국의 호주에 대한 핵잠수함 기술 이전을 언급하며 "'우리에게 베팅(bet)하면 우리는 여러분에게 베팅한다'는 점을 호주뿐만 아니라 세계에 말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중국 견제에 적극성을 뗘온 호주를 '좋은 동맹'으로 일컬으며, '보상' 성격으로 핵잠수함 기술 이전을 결정했다고 공개 언급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