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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업계-낙농가 ‘입장팽팽’…우유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되나


입력 2022.01.19 07:12 수정 2022.01.18 17:14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정부, 생산자 이익만 대변해 시장 왜곡 우려

우유소비 주는데 원유값만 올라 개편 필요

낙농가 "낙농특성 도외시"

유업계, 우유 소비 갈수록 감소…"부담전가하는 꼴"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우유를 고르고 있다.ⓒ뉴시스

정부가 수요와 공급을 반영하지 않고 원유 생산비용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적용해 우유 가격을 정하는 ‘원유가격연동제’ 개편을 추진한다. 최근 우유 소비가 감소하는데도 가격은 떨어지지 않는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서다.


그러나 낙농가와 유업계가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유업계 뿐 아니라 우유 사용량이 많은 가공식품 및 외식업계도 논의 향방에 주목하고 있다. 매년 원유 수매가격이 오를 경우 우윳값 인상이 불가피해 원가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정부에 따르면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14일 열린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낙농진흥회 의사결정 체계를 개편하기 위해 낙농진흥회가 공공기관 지정요건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원유 가격을 관리하는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가 아닌 물가 전체를 관장하는 기재부로부터 나와 주목을 받았다. 그만큼 앞으로 범부처 차원에서 원유 값을 들여다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물가상승에 따른 서민 부담이 커지면서 정책 방향에 힘이 실렸다.


이 차관은 “현재 생산자 중심으로 구성돼 정부 제도 개선안이 통과되기 어려운 낙농진흥회의 의사결정 체계를 개편하려 한다”며 “시장원리가 작동되지 않는 현행 원유 가격결정 구조를 용도별로 규모와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로 개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우유를 고르고 있다.ⓒ뉴시스

낙농진흥회는 낙농진흥법에 따라 원유와 유제품의 수급조절, 가격안정, 유통구조 개선 및 품질향상 등을 통해 국내 낙농업과 관련 산업에 기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이다. 사단법인 형태의 민간기구로 그동안 생산비 연동제를 적용해 우유 가격을 결정해 왔다.


현행 ‘원유가격연동제’는 수요·공급 상황과 관계없이 인건·사료비 등 원유 생산비가 늘어나면 가격이 인상된다. 우유 공급이 부족하던 시절 생산을 늘리기 위해 도입됐다. 낙농가 생산비 원가를 보장하는 것이 핵심이다.


계절적 요인 등으로 인해 시중 우유 소비량이 줄었다고 탄력적으로 젖소 수를 줄이거나 우유를 적게 생산할 수는 없다는 이유가 배경이 됐다.


여기에 원유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착유기와 같은 설비 투자를 갖춰야 하는데 구제역 같은 예기치 못한 동물 감염병이 번질 경우 낙농가는 운영비도 건지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타격을 입게 돼 최소비용을 보전할 수 있도록 ‘원유가격연동제’를 시행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우유를 고르고 있다.ⓒ뉴시스

하지만 이 제도는 적지 않은 부작용을 낳았다.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관계없이 원유 가격을 정하면서 공급이 넘칠 경우에도유제품 가공업체와 소비자가 낙농가 생산비 부담을 떠않게 하는 부작용이 있어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로 국내 생산 원유 중 10%가량인 23만여t(톤)이 소비감소 여파로 매년 폐기되는 상황에서도 지난해 원유 가격은 2.3%가 상승했다. 마시는 우유(음용유) 소비가 줄었는데도 원유 값만 계속 끌어올리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는 인구 감소와 유제품 소비패턴 변화, 수입개방 확대 등의 환경 변화에 따라 기존 가격결정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지난해 8월부터 낙농산업발전위원회를 구성해 지금의 원유 가격 산정방식을 개선하고, 낙농진흥회 이사결정 구조 개편을 추진해왔다.


농식품부는 기존 생산비 연동제의 대안으로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용도별 차등가격제란 용도별 가격을 차등해 적용하되, 음용유는 현재의 가격 수준을 유지하고 가공유에는 더 싼 가격을 적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낙농업계의 반대에 부딪혀 논의에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낙농업 관계자에 따르면 유업체의 판매능력에 따라 심한 격차가 발생이 불가피한 데다, 음용유용 원유의 판매가 많은 유업체 소속 농가의 매출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로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낙농업계 관계자는 “낙농특성을 도외시 한 채 정부가 유업체에게 모든 칼자루를 쥐어 주겠다는 것에 지나지 않다”며 “우리나라는 FTA로 인해 국경보호조치가 전면 철폐됐기 때문에 용도별시장 형성을 위해서는 전국쿼터제 도입과 정부재정투입 확대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유업계는 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입장이다. 가뜩이나 우유 소비가 매년 위축되고 있는 데다, 코로나19 여파까지 겹치면서 가격 인상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특히 개학 연기로 인해 각교 우유급식이 한동안 중단되면서 업체들은 큰 타격을 입었다.


유업계 관계자는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도입될 경우 가공유와 일반원유의 가격 차이를 둬 가공유를 조금 더 저렴하게 공급받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며 “수입원유에 비해 비싸기 때문에 유업체 입장에서는 가공유 공급가격을 좀 더 낮춰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 개편의 배경은 수요공급에 의해 원유가가 결정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라며 “의사 결정에 있어 생산자 입장만 반영돼 정해지기 때문에 좀 더 다양한 관계자들의 의견을 취합해 정해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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