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증권시장 화두 떠오른 '물적분할'…정치권 규제도입 목소리도


입력 2022.01.10 13:57 수정 2022.01.10 13:59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개미들 '불만 목소리' 키우며 논란 확산

"주주 설득 위한 충분한 소통노력 필요"

상장사가 핵심 사업부를 자회사로 쪼갠 뒤 상장하는 '물적분할 후 재상장 논란'이 새해 증권시장 화두로 떠올랐다. ⓒ게티이미지뱅크

상장사가 핵심 사업부를 자회사로 쪼갠 뒤 상장하는 '물적분할 후 재상장'이 새해 증권시장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시장에선 올해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히는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을 앞두고 논란의 불길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G화학, 한국조선해양, SK이노베이션 등은 지난해 물적분할을 통한 자회사 상장 공시 이후 주가가 고점 대비 많게는 30% 가까이 하락하며 주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물적분할은 기업이 특정 사업부문을 자회사로 떼어내는 것으로, 대규모 자금 조달 및 전략적투자자(SI) 유치와 신사업 육성이 원활해지는 장점이 있다. 다만 알짜배기 사업 분사로 해당 기업들의 주가가 줄줄이 내리면서 소액주주들의 '불만 대상'으로 지목된 상황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물적분할이 기업의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필요하지만, 해당 기업들이 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한 충분한 소통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실제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 중인 포스코는 주주들의 불만이 커지자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 방침을 발표했다. 철강 사업의 물적 분할을 둘러싼 주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포스코 주가는 올해 들어 첫 거래일인 3일부터 4거래일 연속 뛰어오르며 두 자릿수 상승률(10.51%)을 기록했다. 포스코가 주주가치 훼손을 차단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힌 것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증권시장에선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일정과 맞물려 소액투자자들이 거리 시위에 나서고 국민청원을 제기하는 등 불만이 증폭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대매수 청구권' 등 대안 모색 활발


특히 시장에선 이달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일정과 맞물려 소액투자자들이 거리 시위에 나서고 국민청원을 제기하는 등 불만이 증폭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오는 18∼19일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 신청에 이어 27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이에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사옥 앞에서 '상장사 물적분할 반대 규탄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리는 등 적극적인 '투쟁'에 나설 채비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물적분할이 주주 가치 측면에서 무조건 나쁘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문제는 모회사, 자회사 이중 상장"이라며 "모회사 주주 권리가 외면 받는 만큼 주주들과 소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시장에선 물적분할로 주가가 하락한 경우 소액주주에게 '반대 주주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등 대안 모색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무엇보다 물적분할 후 재상장이 주주평등권 침해 논란이 있는 만큼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다.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6일 '자회사 물적분할 동시 상장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 ▲물적분할 제한요건 설정 ▲기관투자자의 부당한 물적분할 찬성 제한 ▲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신설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대선을 2개월 앞둔 정치권에서도 '천만 동학개미'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경쟁적으로 관련 공약을 내놓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물적분할을 반대하는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언급했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신사업을 분할해 별도 회사로 상장하는 경우 기존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지난 6일 "최근 회사분할 후 자회사를 상장하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이 시장의 화두가 되고 있다"면서 "모회사 주가가 하락하고 기존 주주의 이익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 목소리가 높은데, 거래소는 분할 후 상장 과정에서 소액주주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쪼개기 상장에 대한 여론이 들끓고 있는데다 정치권까지 나서서 공약을 내고 있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관련 제도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이럴 때일수록 여론에 휩쓸리지 않고, 반시장적 요소가 없는지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이충재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