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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억 횡령' 오스템 직원, 주식 올인…손실 커진 후 금괴·부동산 매입 추정


입력 2022.01.10 10:30 수정 2022.01.10 11:07        이한나 기자 (im21na@dailian.co.kr)

8회 걸쳐 모두 주식 매입…계속된 누적 손실 메꾸기 위해 1430억원 한꺼번에 횡령

오스템 재무팀장 출신…경찰, 윗선 지시 아닌 개인 이익 추구 추정

"회장 지시 의심된다" 변호인 언급 이후 양측 공방 가열…경찰, 가족·재무팀 공모 여부 파악중

추가 횡령액 100억 밝혀져…사측, 추가 횡령 사실 알고도 주주 등 외부에 알리지 않았나

경찰은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 모(45) 씨를 지난 5일 검거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 모 씨가 6일 오전 서울 강서경찰서로 들어서는 모습 ⓒ연합뉴스

회삿돈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모(45)씨가 횡령액 1980억 원을 모두 주식에 투자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오스템임플란트가 기존에 1880억원으로 명시한 횡령액에서 100억원 추가 횡령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으면서도 외부에 밝히지 않은 정황도 드러났다.


9일 서울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이씨는 1980억 원을 8회에 걸쳐 빼돌릴 때마다 주식을 매입하는 데 쓴 것으로 확인됐다.


작년 10월 1430억원어치의 동진쎄미켐 지분 392만주를 사들이기 이전에도 이전 횡령금 550억 원을 이용해 주식 투자를 했었다는 것이다.


작년 3월께 횡령한 100억 원은 이씨가 회사 계좌에 돌려놓았던 점을 미루어보면 횡령 초기에는 이씨가 주식으로 이익을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후 규모를 늘려가며 회삿돈을 빼돌렸던 이씨는 10월 전까지 회삿돈 450억원을 빼돌려 주식에 넣었지만 큰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가 누적된 손실을 메꾸기 위해 작년 10월 1430억 원을 한꺼번에 횡령하게 된 것으로 수사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1430억원을 들여 매입한 동진쎄미켐 주식(392만주)조차도 이씨 매입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했고, 결국 횡령금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해지자 이씨는 주식을 매도해 금괴, 부동산 등을 매입하는 데 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는 작년 12월 13일부터 20일까지 일주일간 동진쎄미켐 주식 260만여주(837억원어치)를 팔았고, 같은 달 18일부터 28일까지 680억원어치인 금괴 1kg짜리 851개를 사들였다.


경찰은 이러한 이씨의 행적에 대해 윗선의 지시를 받아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기보다는 자신의 이익 추구를 위해 회삿돈을 횡령한 쪽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9일 오스템임플란트에 따르면 회사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광장은 이씨 측 법무법인 YK 소속 변호사에게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내용의 기사 관련 해명 요청'이라는 제목의 내용 증명을 발송했다.


이번 횡령 사건에 회장의 지시가 있었던 걸로 의심된다고 이씨의 변호인이 언급했다는 보도가 나온 데 따른 것이다.


광장은 내용증명에서 "마치 이씨의 범행에 오스템임플란트의 주요 임원들의 지시가 있었다는 것 같은 황당한 내용이 전파됐다"며 "변호인이 SBS 기자에 위와 같은 설명을 한 사실이 있는지 확인과 해명을 요청한다"고 했다.


이에 YK는 이날 '언론보도 관련 해명 요청에 대한 답변'을 통해 "법무법인 소속 변호인은 SBS 기자에게 이 사건 보도 내용에 관하여 설명한 사실이 없다"며 "이씨와 이씨의 가족도 변호인에 (이번 사건에 대해) 어떠한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YK 측 답변을 전하며 이번 횡령과 회장은 무관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경찰은 아내·처제 등 가족과 재무팀 직원들의 범행 공모 여부는 검찰 송치 전까지 사실관계도 계속 파악할 방침이다.


특히 이씨 검거 과정에서 확보된 휴대전화 중에는 가족 명의로 개통된 휴대전화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휴대전화를 분석할 예정이다.


한편, 오스템임플란트 재무팀장으로 근무하던 이씨는 회삿돈 1980억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가 지난 3일 이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소한 사실을 공시하면서 횡령액을 1880억원으로 명시한 것에 더해 이씨가 과거 100억원을 빼돌린 내역이 추가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새롭게 드러난 횡령액 100억원은 오스템임플란트가 자체 내부조사를 통해 파악한 내용으로, 이달 초 서울 강서경찰서에 이 같은 피해 사실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오스템임플란트가 이씨의 추가 횡령 사실을 파악하자마자 주주 등 외부에 바로 알리지 않은 점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한나 기자 (im21n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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