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령 ↓, 퇴직금 규모 ↑확대
디지털 전환 등 선제적 몸집줄이기
은행권이 새해 벽두부터 희망퇴직을 단행하고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한다. 지난달 NH농협은행과 우리은행이 직원들을 내보낸데 이어 주요 시중은행들도 상반기 정례 희망퇴직에 나선다.
은행측은 비대면 금융 일상화 등 금융 환경 급변에 따라 퇴직금 규모를 확대하더라도 몸집을 효율적으로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인생 2막을 원하는 은행직원들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희망퇴직 규모도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더 많을 것으로 관측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은행은 인력 조정을 위한 희망퇴직을 진행한다. 특별퇴직금으로는 최대 35~36개월치 평균치 임금과 자녀 학자금, 의료비 등을 지원한다. 관대한 희망퇴직 조건에 이를 신청하는 직원 연령대도 낮아지는 추세다.
신한은행은 지난 3일부터 11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희망퇴직 신청대상은 근속 15년 이상 직원으로 ▲부지점장 이상 일반직 중 1963년 이후 출생자 ▲4급이하 일반직, RS직, 무기계약인력, 관리지원계약인력 중 1966년생이다. 퇴직자들에게는 36개월치 임금을 특별퇴직금으로 지급하며 전직 지원금, 자녀학자금, 건강검진비 등을 지원한다.
하나은행도 오는 7일까지 15년 이상 근무하고 만 40세 이상 일반직원을 대상으로 '준정년 특별퇴직' 신청을 받는다. 관리자는 27~33개월치의 평균임금, 책임자급은 33~36개월치의 평균임금, 행원은 최대 36개월치의 평균임금을 특별퇴직금으로 받는다. 이 외 자녀학자금, 의료비, 재취업 및 전직지원금을 지급한다.
앞서 하나은행은 노사 합의하에 지난해 7월에도 6명을 내보내는 준정년 특별퇴직을 진행한바 있다. 주목할만한 점은 직원들의 요청으로 특별퇴직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2020년 12월에는 특별퇴직으로 285명이 은행을 떠났다. 별도로 상반기 임금피크 특별퇴직 신청도 진행중이다. 임금피크 편입 시기가 도래한 1966년 하반기 및 1967년 출생 일반직원이 대상이다. 25∼31개월 치 평균임금과 자녀학자금, 의료비 등을 지원한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31일부터 오는 6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1966~1971년생이 대상이며, 23~35개월치 임금을 특별퇴직금으로 지급받는다. 이 외 학자금지원이나 재취업지원금, 건강검진 지원, 재고용 기회 등 타 은행과 유사한 혜택을 제공한다.
은행권의 희망퇴직은 매해 이뤄졌으나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및 디지털 금융 전환으로 더욱 가속화 되는 추세다. 은행들은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영업점을 지속적으로 줄이는 한편 영업점을 남기더라도 ‘디지털 데스크’, ‘인공지능(AI) 은행원’ 등을 빠르게 배치하고 있다. 인력 채용 방향도 바뀌었다. 신입 공채를 없애고 IT•디지털 인력을 상시 채용 중이다. 인터넷 전문은행, 간편결제업체 등 빅테크와의 경쟁에 생존하기 위한 뼈를 깎는 체질 개선도 한창이다.
이같은 흐름은 연말 조직 개편에서도 뚜렷하게 읽혀진다. 시중은행들은 디지털 전담 부서를 확충하거나 세분화하고, 스타트업처럼 신속한 대응을 위해 부서간 경계가 없는 애자일 조직 등을 확대했다.
신한은행은 디지털혁신단을 데이터기획 유닛, 데이터 사이언스 유닛, 혁신서비스 유닛, 데이터플랫폼 유닛으로 재편하고, 디지털개인부문을 신설해 소매금융 영업 활성화에 나섰다. KB금융그룹은 ‘디지털콘텐츠센터’를 통해 고객 제공 콘텐츠의 질을 향상시키고, 디지털 플랫폼 품질관리를 전담하는 '플랫폼 품질관리(QC) 유니트'를 꾸렸다.
우리은행은 개인 리테일 사업을 총괄하는 '리테일디지털본부'를 새로 꾸렸으며, 권광석 우리은행장은 ‘디지털 퍼스트’를 발판삼아 당장 오는 5일부터 시행되는 ‘마이데이터’ 시장을 조기에 선점할 것을 전사적으로 주문했다. 하나은행은 디지털리테일그룹 산하에 디지털전환 콘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DT(디지털전환) 혁신본부'를 신설하기도 했다.
은행권은 체질 개선을 통해 전통적 금융기업이 아닌 IT•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복표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 리테일 조직 규모가 여전히 크지만, 디지털 부서에 대한 지원이 대폭 강화되면서 은행원들의 설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며 “디지털 금융이 시대적 흐름이 되면서 일부 30~40대 직원들도 희망퇴직 신청을 하는 등 그 규모도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