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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월세공제 공약, 청년들 반응 들어보니…"월세거지로 살란거냐"


입력 2022.01.04 05:29 수정 2022.01.04 06:03        김하나기자 (hanakim@dailian.co.kr), 김효숙 기자

이재명 월세공제 확대 정책 공약 "최대 5년 전 월세까지 공제, 3억→5억 이하 주택 확대"

2030 청년들 "임대주택에만 계속 살라는 소리…대출규제 풀고 이자지원이나 해달라"

"비정상 월세 잡으려면 매매가 잡아야…국민 세금으로 2달치 월세만 돌려주며 생색·표장사"

전문가 "결국 내 주머니 털어가는 정책, 청년표 달라는 것…요즘 청년들, 포퓰리즘 마냥 반기지 않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거래소에서 진행된 2022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개장축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새해 벽두부터 청년층 주거정책 공약을 내놨다. 월세공제 확대 정책으로 최대 5년 전 월세까지 공제받을 수 있는 이월공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 핵심인데, 청년들은 결과적으로 세금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며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한 대책 없이 일시적으로 월세를 지원하는 정책은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 후보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거주 형태 변화로 월세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자산이 적고 소득이 낮은 청년층일수록 높은 월세를 따라갈 수가 없다"며 "월세 주거 국민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지금 소득이 적어 공제 한도를 못 채운다면 기부금 공제처럼 최대 5년 뒤까지 이월해 신청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또한 연 월세액의 10~12% 공제율을 15~17% 수준으로 올려 적어도 2달 치 월세를 되돌려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공제 대상 주택가격 기준을 완화해 더 많은 세입자가 월세 공제 혜택을 받도록 하겠다"며 "기준시가 3억 이하 주택에만 적용하던 것을 5억 이하 주택까지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는 특히 "월세 부담보다 낮은 은행 이자로 전세를 얻고 싶지만, 전세 구하기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라며 "이러니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은 세입자에게 공포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고자 월세공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전체 월세 가구 400만 중에 약 12%만 공제 혜택을 받고 있다"며 "공제 규모가 한 달 치에 불과하고 되돌려 받을 세금이 적어 아예 세액공제를 신청하지 않는 등 실효성이 낮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무주택 청년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경기도 수원에 거주하는 무주택자 신모(29)씨는 "(이 후보의) 말만 얼핏 들어보면 월세를 지원해준다고 하니 좋을 수도 있겠지만 정말 잠시 월세를 지원해주는 정책은 임대주택에만 계속 살라는 소리처럼 들린다"며 "너무 일시적이고 포퓰리즘적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근본적으로 안정된 집을 갖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도록 대출 규제를 풀어주거나 이자 지원을 해주는 정책이 훨씬 더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포에 살고 있는 직장인 박모(29)씨는 "세금으로 월세를 지원해주다 보면 이 세금 부담이 집주인들에게 전가되고, 집주인들이 이를 또 세입자들에게 떠넘겨 무조건 월세를 올리지 않겠느냐"며 "중소기업청년대출 같은 좋은 이자율로 정부가 지원해줬더니 집주인들이 대출금에 맞춰 전세금을 올렸다. 월세 지원률을 높이면 또 월세 값이 올라갈 거다. 결국 무한책임 부동산이 아니라 무책임한 부동산 아닌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무한책임 부동산' 공약 네번째로 월세 공제 대상과 공제율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 페이스북

무주택자 이모(31)씨는 "표만 생각하는 게 느껴지는 근시안적인 정책"이라며 "비정상적으로 오른 월세를 잡으려면 매매가를 잡아야 하는데, 청년들의 월세 인생을 바꿀 생각은 안하고 2달치 월세만 깔짝깔짝 돌려준다니 국민 세금으로 생색내고 푼돈 쥐어준다며 표장사하는 비겁한 정치"라고 맹비난했다. 이씨는 이어 "무한 돈 풀기로 초인플레이션을 부르고 집값은 또다시 폭등할텐데, 계속 월세거지로 살아가란 것이냐"며 분노했다.


전문가들은 이 후보의 월세공제 확대 정책에 대해 집값 문제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포퓰리즘에 기초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일단 청년들을 위해 지원하는 정책이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기준을 세부적으로 만들지 않으면 수요를 부추겨서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심 교수는 또 "주거비 보조 정책과 비슷한데 표준임대료 제도가 선행되지 않으면 월세 30만원 집을 50만원으로 집주인과 담합하는 행위 등이 있을 수 있어 재원이 낭비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 월세지원 정책은 청년들에게 표를 달라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며 "청년 월세지원 정책이 나온 근본 원인은 집값이 폭등해 주택대란, 전세대란이 발생했기 때문인데 문제의 본질을 해결할 생각은 하지 않고 미봉책 월세 지원만 생각하니 이 정책이 오래갈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교수는 "집값을 안정시킬 생각부터 해야 하는데, 포퓰리스트한테 휘둘려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표를 얻기 위해 간과 쓸개라도 내어줄 듯 얘기하는 대표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다"며 "이런 정책들은 자기 허벅지 살을 베어서 배를 채우면 당장 배가 부른 것 같지만 결국 허벅지 살이 무너져 죽게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당장 큰 시혜를 베푸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요즘 청년들은 내 주머니를 털어가는 정책을 하도 많이 겪다보니 굉장히 영리해져 포퓰리즘을 마냥 반기지는 않는다"고 꼬집었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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