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빅테크' 규제에만 집중
'플랫폼 발전' 지원안은 뒷전
"핀테크 혁신·발전 뒤쳐질 것"
핀테크 업계가 올해에도 지속될 금융당국의 규제와 감독에 한숨을 내쉬고 있다. 금융당국이 플랫폼 사업에 도움이 되는 규제안 완화보단 빅테크를 중심으로 한 감독 강화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불만이다. 핀테크 업계에선 정부와 금융당국이 핀테크 사업을 방해하는 감독안이 아닌, 플랫폼 사업을 발전시키 위해 필수적인 요소를 지원하는 정책에 속도를 내주길 바라고 있다.
3일 금융권과 핀테크 업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금융당국은 빅테크·핀테크 기업에 적용하던 낮은 수준의 규제를 철폐하고 은행, 보험사 등 전통 금융회사와 같은 수준의 감독·관리를 실시한다. 특히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토스 등 빅테크의 데이터 독점을 철저히 감시할 계획이다. 기존 금융권과 빅·핀테크 사이의 편향적인 규제에서 벗어나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을 세우겠다는 취지에서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빅테크와 핀테크를 분리해 규제하는 '투 트랙' 전략에 힘을 싣고 있다. 빅테크 등 대형 플랫폼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는 네트워크 락인(Lock in) 효과를 철저히 감독해, 금융 시스템과 건전성에 유발되는 리스크를 지워내겠다는 입장이다. 락인 효과란 기존 플랫폼 이용자가 다른 플랫폼으로 이전이 어려워지는 현상이다.
대신 중·소형 핀테크 업계에는 ▲금융상품 비교·추천 서비스 재활성화 방안 검토 ▲마이데이터 사업 제도 재개선 ▲망 분리 및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 등 규제 개편 ▲규제 샌드박스 활용 금융사 부수업무 확대 검토 등의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해당 규제가 완화될 경우 핀테크 기업 입장에선 사업을 진행하기가 한층 수월해진다.
문제는 이 같은 규제가 당장 완화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이 중·소형 핀테크 발전을 위한 규제 완화보단 빅테크를 중심으로 한 플랫폼 독점 감독에 집중하고 있어서다. 핀테크 업계가 우려하는 부분은 당국이 빅테크 규제에만 집중하다 실제 지원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핀테크 업계가 수년 간 주장해온 '망분리 규제 완화'다.
현행법상 전자금융업자는 내부 업무망과 인터넷망을 분리해 운영해야 한다. 이 규제로 핀테크 스타트업은 비용과 업무 범위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망분리 규제는 전자금융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항인 만큼 당장 금융위가 규제 개선안을 내놓지 않으면, 정무위 의결을 거쳐야 하는 등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올해부터 본격 시행된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사업에서 데이터 제공 범위에 대한 규제도 핀테크 업계의 불만 중 하나다. 핀테크 업계는 지난해부터 고객이 실시간으로 카드 결제내역을 확인할 수 없어 불편을 초래할 수 있어 카드사의 매입취소 정보를 공개해달라고 요구해왔다. 하지만 당국은 여전히 매입취소 등 필요 항목을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에 반영해 나가겠다는 입장만을 고수하는 중이다.
무용론이 일고 있는 '금융회사의 핀테크 투자 등에 관한 가이드라인'에 대한 개정도 필수적이다. 현행 은행법 상 은행이 다른 회사의 의결권 지분 15% 이상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해당 업체의 은행업 관련 매출이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 이 규정 때문에 투자자금이 필요한 핀테크는 국내 금융사로부터 투자를 받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현재 당국이 내놓은 지원방안은 과거에도 한 번씩 나왔던 방안들인데 무엇이 바뀐 것인지 잘 모르겠다"며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는 상황에서 독점규제에 대한 칼날만 들이밀게 되면 핀테크 기업의 혁신적인 발전이 막히게 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