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낸드 사업 1단계 인수 완료...낸드 비중 증가로 D램 의존도 축소 예상
키파운드리 인수로 파운드리 경쟁력 제고...메모리·비메모리 동반 강화 기대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 사업의 1단계 인수를 마무리하면서 내년 낸드 경쟁력 강화에 한층 속도가 붙게 됐다. 여기에 키파운드리 인수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생산능력도2배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메모리와 비메모리 동반 강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여 내년 실적 향상과 구조 개선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인수하는 1단계 절차를 완료했다고 30일 밝혔다.
지난해 10월 90억달러(약 10조3000억원)에 인텔 낸드 사업을 인수한 회사는 총 계약금액 중 70억달러를 인텔에 지급하고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Solid State Drive) 사업과 중국 다롄 팹(Fab·공장) 등 인텔 보유 자산을 넘겨받았다.
회사는 지난 22일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의 승인을 마지막으로 미국·한국·타이완·영국·유럽연합(EU)·브라질·싱가포르 등 인수에 필요한 주요 8개국 경쟁당국의 반독점 심사가 완료되면서 인수가 최종 성사됐고 이후 실무적인 절차가 진행돼 왔다.
이후 오는 2025년 3월경 남은 20억 달러를 2차로 지급하고 낸드플래시 웨이퍼 연구개발(R&D)과 다롄 팹 운영 인력을 비롯한 관련 유·무형자산을 이전 받을 예정으로 이 시점을 기해 인수가 최종적으로 마무리된다.
인텔 낸드사업 인수로 SK하이닉스는 D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낸드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당장 내년부터 인텔 낸드사업부 실적이 반영되면서 전체 실적도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인텔 낸드 사업부 매출은 2019년과 2020년에 각각 5조1000억원, 6조3000억원으로 인수 대상이 아닌 옵테인 사업을 제외하면 약 5조~6조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또 과도했던 D램 의존도를 낮춰 메모리반도체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기준 SK하이닉스의 전체 매출 중 D램의 비중은 약 70%로 절대적이어서 D램의 업황에 따라 실적이 좌지우지되는 구조였다.
이번 인수로 20%대인 낸드플래시 매출 비중이 늘어나면서 D램 의존도를 상당히 낮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업황에 따른 변동 리스크를 줄여 보다 안정적인 실적 구조를 갖출 수 있을 것으로 회사는 보고 있다.
시장 점유율에서도 인텔 낸드 사업 인수로 D램에 이어 낸드에서도 글로벌 2위 업체로 부상할 전망이다.
타이완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매출액 기준 SK하이닉스의 낸드 시장 점유율은 13.5%로 인텔(5.9%)의 점유율을 합치면 현재 2위인 일본 키옥시아(19.3%)와 대등한 위치에 설수 있게 된다. 1위 삼성전자(34.5%)와의 격차도 줄이면서 본격적인 추격에 나설수 있을 전망이다.
D램 시장에서 3분기 기준 27.2%의 점유율로 삼성전자(44%)에 이어 확고부동한 2위 자리를 굳히고 있는 상황에서 낸드까지 경쟁력이 강화면서 메모리반도체에서 삼성과의 양강 구도를 굳힐 수 있게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회사가 올 4분기에도 당초 증권가에서 제기된 메모리 다운사이클(업황 부진) 우려와 상반된 호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낸드 경쟁력까지 더해지는 내년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지게 됐다. SK하이닉스는 올 4분기 실적이 매출 12조원, 영업이익 4조3000억원 안팎으로 전 분기(매출 11조8053억원·영업이익 4조1718억원)에 비해 오히려 실적이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지난 10월 단행한 키파운드리 인수로 파운드리(위탁생산) 역량 제고도 기대되고 있어 내년 전망을 한층 밝게 하고 있다.매그너스 반도체 유한회사로부터 키파운드리 지분 100%를 5758억원에 인수한 SK하이닉스는 메모리에서 비메모리로의 영역 확장과 역량 강화를 동시에 꾀한다는 목표다.
팹리스(Fabless·반도체설계전문) 기업들로부터 제조를 위탁 받아 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 기업인 키파운드리는 다품종 소량 생산에 적합한 8인치(200㎜) 웨이퍼를 기반으로 전력 반도체(PMIC)·디스플레이구동칩(DDI)·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등 비메모리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1979년 설립된 LG반도체가 모체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정부의 산업 구조조정 기조에 따라 지난 1999년 현대전자와 합병돼 하이닉스반도체가 됐다. 이후 2004년 하이닉스 구조조정 과정에서 비메모리 부문을 분리해 매그나칩반도체가 설립됐는데 이 회사의 충북 청주 파운드리 생산시설만 떼 내 만든 회사가 키파운드리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과거 한몸이었던 회사를 다시 찾아온 셈으로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를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미 지난 2017년 SK하이닉스시스템IC를 파운드리 자회사로 츨범시키며 경쟁력을 키워왔는데 키파운드리 인수로 파운드리 생산능력이 2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인수로 SK하이닉스는 DB하이텍을 제치고 국내 2위 파운드리 업체로 올라서고 전 세계적으로는 10위권 업체로 도약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로 전체 매출의 5% 수준에 불과한 비메모리 사업 비중 증가로 이어질수 있을지도 주목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상대적으로 약한 사업의 인수합병(M&A)를 단행하면서 향후 경쟁력 향상을 위한 토대는 마련한 상태”라며 “내년에 낸드와 파운드리 사업에서의 성과가 어떻게 나타날지에 벌써부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