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강한 하향 안정세" 강조
매수자 우위로 분위기 전환, 시장선 '글쎄'
정부는 마지막까지 '집값 고점론'을 꺾지 않았다. 주택시장이 확실히 안정세 길목에 접어들었다는 자평에 이어 내년에는 하락 추세가 더 뚜렷해질 거란 자신감을 내비쳤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내년 국토부 업무계획을 발표하며 "모든 주택시장 지표가 강한 하향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중장기적인 전망 수치를 보더라도 집값의 추세적인 하락 국면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매매가격 상승률이 둔화하고 있는 데다 매수심리가 위축돼 거래량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을 보인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지금의 시장 분위기를 확고히 하기 위해 내년에는 최근 10년치 평균 분양물량 대비 10만가구 이상 많은 46만가구 공급을 계획하겠다고 발표했다. 205만가구 규모의 공급대책 기반이 구축된 만큼 장기적으로 하방 압력은 더 강해질 거란 관측이다.
노 장관은 "집을 팔겠다는 사람과 사려는 사람의 눈높이가 달라 시중에 매물이 쌓이고 거래가 줄었다"며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분위기가 돌아섰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이러한 청사진을 믿는 사람이 이제 얼마나 될까. 반복되는 정책 실패로 집값은커녕 애먼 무주택자만 잡는다는 곡소리가 들린 게 벌써 몇 년째인가.
기자가 체감하는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최근 지방에서 서울로 근무지를 옮기게 된 기자의 친구 한 명은 벌써 한 달 넘게 집을 구하지 못한 상태다. 부모님과 경기도에서 거주하던 또 다른 지인은 서울로의 독립 계획을 결국 엎었다.
이미 오를 대로 오른 매매가격, 전세가격을 감당하기 버거워서다. 그렇다고 정부의 말을 믿고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부동산R114의 '2022년 상반기 주택시장 전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명 중 한 명은 집값이 계속해서 오를 거라고 예상하고 있다. 전셋값은 10명 중 6명 이상이 상승할 거라고 전망한다.
전문가들을 비롯해 주요 부동산 연구기관에서 내놓는 전망도 정부의 판단과는 대조적이다. 실질적인 공급은 부재하고 겨울 비수기, 단기간 조정 분위기를 바탕으로 내년 시장 상황을 예단하기는 이르다는 경고가 주를 이룬다.
남은 임기 현 정부에서 해야 할 일은 다음 스텝을 밟기 위해 적어도 시장 상황을 제대로 직시하는 것이다. 얽히고 설킨 주택시장 왜곡을 숙제로 떠안을 다음 정부를 위해서 말이다.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정부의 장밋빛 전망을 듣고 있자니 최근 개봉한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한 대사가 떠오른다.
"실망할 걸 예상하면 실망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