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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커지는 은행 신탁…규제 완화에 '촉각'


입력 2021.12.29 06:00 수정 2021.12.28 11:17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관련 이익 1년 만에 1400억↑

펀드 사태 후폭풍 딛고 기지개

4대 은행 신탁업무 운용수익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4대 은행이 고객의 자산을 대신 맡아 운용하는 신탁 사업을 통해 거둔 이익이 1년 새 1400억원 가까이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잇따른 펀드 투자자 손실 사태에 따른 규제로 한때 시장이 크게 위축됐지만 올해 들어 다시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 금융당국의 수장이 직접 신탁업에 대한 규제 완화를 예고하고 나서면서 은행권의 발걸음은 더욱 분주해질 것으로 보인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개 은행이 신탁 업무에서 올린 운용수익은 총 60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0%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액수로 따지면 1387억원 증가한 규모다.


신탁은 고객 스스로 자신이 가진 금전, 유가증권, 부동산 등 재산을 운용하기 어려울 때 믿을 수 있는 누군가에게 이를 대신 맡기는 행위를 가리키는 말이다. 신탁 사업은 대체로 큰 조직을 가진 금융사를 통해 이뤄지는데, 신탁 업무를 겸하는 신탁겸영은행이 시장의 중심이 되고 있다. 그리고 은행들은 신탁 고객들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거둔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의 신탁업무 운용수익이 2448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43.8% 급증하며 최대를 기록했다. 신한은행 역시 1336억원으로, 하나은행은 1244억원으로 각각 14.1%와 25.8%씩 관련 실적이 성장했다. 우리은행의 신탁업무 운용수익도 950억원으로 29.6% 늘었다.


◆고승범 "제도 개선"…규제 완화 기대감

은행권의 이 같은 신탁 성적은 지난해와 크게 대비되는 흐름이다. 지난해 조사 대상 은행들의 신탁업무 운용수익은 6843억원으로 전년 대비 30.4% 줄어든 바 있다. 금액으로 보면 1년 만에 2992억원이나 감소한 수치다.


당시 은행 신탁 사업이 맥을 추지 못했던 건 정부의 압박 때문이었다. 과거 은행들이 판매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와 라임·옵티머스 펀드 등에서 대량의 원금 손실이 이어지자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투자 상품에 대한 전면 점검을 벌였고 본격적인 규제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은행 신탁의 핵심인 특정금전신탁이 타깃이 됐다. 특금신탁은 고객이 직접 자산운용 대상을 선택하는 신탁 상품으로, 투자자가 자신의 자산을 맡기고 운용 방법을 지정하면 신탁사는 이를 그대로 따르게 되는 구조다. 금융당국은 특금신탁의 대표 상품인 파생결합증권신탁과 주가연계신탁 등을 고위험 상품으로 분류하고 판매에 제한을 두기로 했다.


그런데 최근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은행권 신탁업을 두고 완화된 제스처를 내보이면서 분위가 급반전하는 모양새다. 신탁 시장을 둘러싼 은행 사이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고 위원장은 지난 10월 말 열린 은행권 간담회에서 "은행이 종합재산관리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신탁 재산의 범위를 확대하고, 다양한 방식의 신탁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부동산에 제한돼 있던 은행의 투자자문업을 전 상품으로 확대해 다양한 서비스 제공이 가능토록 하겠다"고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빠른 고령화로 인해 신탁업의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규제 완화에 대한 금융당국의 구체적인 시그널이 나온 만큼 은행권의 사업 확대에도 속도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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