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결단에 ‘선대위 구조조정’ 일어날까...본부장급 줄사퇴 전망도

이준석, 공동선대위원장·홍보본부장직 사퇴

‘조수진 문제’ 표면적...선대위 개편 명분 확보

김종인, 선대위 전면개편 시사...“슬림화할 것”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김종인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대본부장 ⓒ국회사진취재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끝내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상임선대위원장과 홍보·미디어 총괄본부장직을 사퇴했다. 표면적으로는 조수진 최고위원(선대위 공보단장)과의 갈등이 계기가 됐지만, 실제로는 선대위 구조조정을 실행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사태에서 이 대표에게 힘을 실어온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도 선대위를 ‘항공모함’에 비유하며 전면 개편을 시사했다. 윤석열 대선후보도 “이 대표 문제를 김종인 위원장에게 맡길 것”이라며 사실상 김 위원장에게 힘을 싣는 발언을 내놓았다. 당장 선대위 본부장급 줄사퇴가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겸 상임선대위원장이 21일 오후 국회에서 상임선대위원장직 사퇴를 밝히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준석 “핵관들이 원하던대로 선거에서 손 떼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선대위 직책을 내려놓겠다. 조금의 미련도 없다”며 “선대위 구성원이 상임선대위원장 지시를 따를 필요가 없다고 한다면 이는 선대위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페이스북에는 “(윤)핵관들이 그렇게 원하던 대로 이준석이 선거에서 손을 떼었다”고 일갈했다.

조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에 “이 시간을 끝으로 중앙선대위 부위원장과 공보단장을 내려놓는다”며 “백의종군 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선대위 비공개 회의에서 충돌한 두 사람이 몇 시간 간격으로 사퇴한 것이다.

당내 분위기...“그들만의 선대위, 갈등 놀랍지 않아”

당내에서는 선대위를 둘러싼 갈등 상황이 “놀랍지 않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한 초선 의원은 “그들만의, 그것도 소수만을 위한 선대위가 되고 있다”며 “뒤늦게 선대위에 합류한 사람들도 이름만 올릴 뿐 선대위가 어떻게 돌아가지 모르고 있다. 폐쇄적인 분위기 속에서 의원들도 핵심이 아니면 별로 할 일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이런저런 문제를 다 두고라도 선대위서 후보에 관한 각종 리스크에 잘 대응해 왔다면, 이 정도로 비난받는 분위기는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3번째 대선을 치르는 중이라는 한 당직자는 “당과 선대위가 소통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특히 선대위 안에서 당직자들을 견제하는 일도 빈번하다. 자기 밥그릇 뺏길까 경계하는데 당과 선대위가 원팀으로 일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당대표실에서 이준석 대표와 만나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준석·김종인, 결국 ‘윤핵관’ 정리하나

선대위가 비대하기만 할 뿐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당내 분위기 속에서, 이 대표의 사퇴 결단은 결국 선대위를 대대적으로 개편할 수밖에 없다는 명분을 만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의 사퇴는 결국 선대위 환골탈태를 위한 ‘필요 충분 조건’이었다고 말한다. 김 위원장 또한 대대적인 선대위 쇄신을 예고한 상황에서, ‘이준석·김종인’이 결국 윤 후보 주변 측근들인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을 어느 정도 정리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해석이다.

앞서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선대위를 실무형으로 재개편하려는 것이냐’는 질문에 “선대위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선대위를 총괄하는 사람과 후보자 간 원활한 소통이 있어야 한다”며 “그런데 지금 보면 여러 가지 상황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고 현 상황을 짚었다.

그러면서 “나는 선대위 구성에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선대위 인사가 어떻게 해서 만들어졌는지 잘 모른다”며 “사실 선대위를 운영하는 데 방해가 되는 인사는 앞으로 과감히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CBS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지금 많은 사람들이 선대위에 들어와 있고, 그 사람들을 당장 다 나가라고 할 수는 없다”고 다소 완화된 설명을 덧붙였다.

선대위 본부장급 일괄 사퇴론

선대위 개편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당장 선대위 본부장급 인사들의 일괄 사퇴부터 거론되고 있다.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하는 실무형 선대위를 만들기 위한 첫 번째 조치다. 현재 선대위는 총괄상황본부 아래 정책총괄본부·조직총괄본부·직능총괄본부·직능총괄본부·종합지원총괄본부와 이 대표가 본부장을 맡았던 홍보미디어총괄본부 등이 있다.

선대위 한 관계자는 “구조조정에 준하는 선대위 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본부장급의 일괄 사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윤 후보는 현 상황 해결을 위해 이 대표 문제를 사실상 김 위원장에게 위임한 상태다. 이 대표 문제는 결국 선대위 개편 문제와도 직결돼 있다. 윤 후보는 이날 저녁 여의도 당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종인 위원장이 ‘이 문제는 내게 맡겨 달라. 후보는 조금 있어라. 내가 이 문제를 알아서 처리하겠다. 내가 맡아서 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선대위 갈등 지속은 중도층을 돌아서게 할 수 있기에 빨리 수습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김종인 원톱 실권이라는 전제 하에 선대위가 재건되면 메시지와 소통이 일원화되면서 현 상황보다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