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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사면' 여론 들끓는데…정부, 지지층 눈치만 보나


입력 2021.12.21 05:36 수정 2021.12.21 07:04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국민 3명 중 2명 '이재용 사면 찬성'…여권 강성 지지세력 '결사 반대'

대선 앞둔 정부, 여권 지지층 관리 중요…정치적 부담 무릅쓰고 "사면 어렵다" 전망 우세

법조계 "사면은 대통령 결정…여권 지지층 분열 위험 피할 듯"

박범계 "사면 기준·취지 정해져"…구체적 대상 언급은 피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법무부가 신년 특별사면 대상자 선정 절차에 착수한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 국민 3명 중 2명은 이 부회장의 사면을 희망하고 재계에서도 관련 청원이 잇따르고 있지만, 대통령선거일이 가까워진 시점에서 정부가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이 부회장 사면을 추진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법무부는 20일과 21일 과천청사에서 사면심사위원회(심사위) 전체회의를 열어 신년 특사 대상자 적정성 심사·선정 작업을 진행한다. 심사위 위원장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며, 외부위원 5인을 포함한 9명으로 구성된다. 사면위가 대상자를 선정하면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대통령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사면권을 행사한다.


이 부회장은 지난 8월 가석방됐지만 재계를 중심으로 사면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가석방은 형을 면제받지는 않고 구금 상태만 임시 해제되는 것으로 사면과 달리 보호관찰과 취업제한 등 많은 제한이 뒤따른다. 이 부회장이 정상적으로 경영활동에 전념하고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려면 사면이 필요하다는 게 정재계 중론이다.


여론도 이 부회장의 사면에 우호적이다. 지난 4월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부회장 특별사면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70%에 달했고 '반대한다'는 응답은 26%에 그쳤다. (전국 성인 1003명, 표본오차95%, 신뢰수준 ±3.1%p) 이밖에 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여권 지지층 관리가 중요한 정부로서는 이 부회장 사면 결정을 내리는 데 적잖은 부담을 느낄 것이란 관측이다. 앞서 정부는 이 부회장 사면 찬성 여론과 지지층의 사면 반대 여론을 절충하는 차원에서 '가석방 카드'를 꺼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성 지지 세력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광복절을 앞두고 가석방된 지난 8월 13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규탄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일례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불공정한 특혜"라며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고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사퇴와 문재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 특히 박 장관의 페이스북에는 "박범계씨 그만 물러나시죠" "당신은 친일파 매국노와 다름없다" "삼성의 개가 됐다" 등 인신공격성 댓글이 잇따르기도 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5대 중대 부패범죄는 사면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웠고, 사드 배치 반대 집회 등 불법 시위 사범 위주의 특별사면을 추진하겠다고 했다"며 "지지층 보은 사면을 위한 명분은 이미 마련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법무부는 지난달 전국 교정기관에 특별사면 관련 집회·시위 사범 명단을 보고하라는 공문을 보냈고, 여기엔 사드 배치 반대 집회,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집회 등이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 부회장 가석방은 '법무부 장관 선에서 결정했으니 청와대는 관여하지 않았다'는 논리로 강성 지지층의 반발을 박 장관 선에서 완충시킬 수 있었다"며 "반면 대통령이 결정권을 쥔 사면은 여권의 분열을 초래할 위험이 있는 만큼 가능한 언급을 피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부회장의 취업제한을 해제할 방법이 사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부회장이 법무부에 '취업승인'을 신청하면 법무부는 '특정경제사범 관리위원회'를 열어 심의하고 장관이 최종적으로 승인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장관 권한만으로도 취업제한 해제는 가능한 것이다.


다만 박 장관은 출소 이후 이 부회장의 경영 행보에 대해 무보수 비상임·미등기 임원이란 점을 들어 "취업제한 위반 행위가 아니다"며 간섭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부회장 측이 취업 승인을 신청할 경우 여권을 중심으로 반발 여론이 재확산 되는 것이 불가피한 만큼 이 부회장과 법무부 양측이 현행유지로 가닥을 잡은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박 장관은 20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번 특별사면에 대해 "상당한 규모가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사면 대상 등에 대해서는 "사면의 여러 기준과 원칙, 취지 등은 현재 정해져 있다"고만 답하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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