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교수 4人 "상식적 규제 필요"
"기존 2금융 산업 시장에 맡겨야"
"혁신 이어질수 있는 파격도 필수"
제2금융권이 강화되는 금융당국의 규제와 악화되는 사회적 인식 여파로 때 아닌 위기를 맞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거치면서 보험·카드·저축은행 등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기도 했지만, 이와 함께 규제와 비용 리스크가 급속도로 악화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제2금융권과 얽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우선 사회적인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험·카드·저축은행이 수익을 창출하는 금융사라는 사실을 먼저 인지하고 있어야 상생에 대한 논의가 가능하다는 주장에서다. 이어 당국도 제2금융권을 억누르는 기존 규제안이 아닌 합리적인 정책으로 상생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주요 손해보험사는 실손보험료 인상폭을 논의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손보업계에선 올해 실손보험 적자폭을 고려하면 내년 20%가 넘는 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금융위는 국민의 보험료 부담 가중을 우려해 올해 보험료 인상폭을 지난해와 비슷한 10~12%로 제한하려고 노력 중이다.
김헌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충격으로 보험산업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는 상황인 만큼 정부의 보험 가격과 상품 개발 통제는 엄격한 원칙에 따라 집행돼야 한다"며 "규제에 대해서는 보험업 허가를 종목별로 열거하는 포지티브 방식에서 금지 항목만 나열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하고, 정보기술을 포함할 수 있는 적극적인 인가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카드업계는 금융당국과 3년 주기로 찾아오는 적격비용 재산정 논의에 한창이다. 적격비용이 인하되면 카드판매 주요 수익원인 가맹점 수수료가 하락하게 된다. 카드업계는 더 이상 내릴 여력이 없다고 못 박으면서 추가 인하를 결사반대하고 있다. 반대로 당국은 코로나19로 인한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고려해 수수료를 더 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수수료율은 카드사와 가맹점이 자율적으로 정해야하는 사안인데 정부가 이를 직접 결정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정책"이라며 "의무화 돼 있는 수납제를 소액 거래에 대해 가맹점이 카드 수납을 거부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부여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고, 당국이 카드사의 부수업무 허용 범위를 조금만 더 개선해주면 업계 상황이 전반적으로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권은 대출총량 규제로 생존을 걱정해야 할 위기에 놓였다. 지점·지역별 격차가 현저한 상황인 만큼 갑작스러운 대출영업 중단이 소규모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에 큰 위기가 될 수 있어서다. 전문가는 차별화된 규제가 없으면 실제 이들을 이용하는 서민이 어려움을 겪을 위험이 있는 만큼 신중한 규제안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남재현 국민대 경제학과 교수는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 위치한 저축은행은 전체의 53%에 불과하지만 전체 여신의 83%, 당기순이익의 92%를 차지하는 등 업권 내 양극화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금융당국의 일방적인 총량규제는 중소 저축은행의 경영을 악화시켜 결국 양극화 격차를 벌리는 식으로 갈텐데, 이 같은 상황을 개선하고 싶으면 정책적 제도개선 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일률적인 가계대출 총량규제가 적용될 경우 고령층, 소외계층 등은 대표적인 서민금융기관인 상호금융을 이용할 수 없게 돼 극심한 피해를 초래할 수도 있다"며 "상호금융에 대한 건전성 규제를 꾸준히 강화해온 것이 결국 상호금융의 근간을 파괴한 만큼 당국은 일반 금융기관의 영리목적과는 차별화된 논리로 상호금융에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