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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왕 이해찬, 잠행 깨고 총동원령 선포 '왜'


입력 2021.12.14 00:00 수정 2021.12.14 05:10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잠행' 이해찬, 친여 방송 통해 등판

국민의힘 선대위 갖춰지면서 위기감

군기반장 역할 자임하며 의원들 독려

'미래 이재명 對 과거 윤석열' 프레임도 가동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3일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친여 방송인 김어준 씨가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을 통해서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지휘봉을 잡고 국민의힘 선대위가 본격적으로 움직이자 위기감이 커지며 맞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이 전 대표는 표면적으로 국민의힘 선대위에 낮은 점수를 줬다. ‘사공’이 많다는 게 이유다. 이 전 대표는 “전부 다 왕 노릇을 하다 보니까 저게 산으로 갈지 바다로 갈지, 또 어디에 갈지 잘 모르겠다”며 “오합지졸이 아닌 오합지왕”이라고 했다.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한길 전 의원 등 과거 민주당 진영 출신들이 넘어간 것에 대해서도 “영향은 없다”고 단언했다.


반대로 ‘이재명 후보 중심’인 민주당 선대위에 대해서는 “효율적”이라고 호평했다. 그는 “지난번 선대위를 너무 크게 꾸렸다가 효율성이 없다고 해서 줄이지 않았느냐”며 “지금은 기능적으로 잘 작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재명만 보인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위기감이 적지 않다. 여전히 친이낙연 지지층을 흡수하지 못하고 있으며, 선대위 개편 후 의원들의 적극적 움직임을 더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있다. 여기에는 이 후보의 저조한 지지율을 당과 선대위 책임으로 돌린 게 원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이 후보가 당 소속 의원 169명에게 각각 편지를 보내 “도와달라”고 읍소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 전 대표도 “이제 한 90일 밖에 안 남았기 때문에 지금부터는 모든 우리 진영 사람들이 전면에 나서야 될 시간”이라며 사실상 총동원령을 내렸는데, 그만큼 의원들의 활동이 활발하지 않다는 반증으로 해석된다. 나아가 이 전 대표는 “그동안 비공개적으로 했던 일을 이제는 좀 나서서 도와드리는 게 좋겠다”며 직접 선거판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래의 이재명 대 과거의 윤석열’이라는 선거 프레임도 띄웠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이 후보에 대해 ‘발전하는 사람’이라는 취지에서 “발전도상인”이라고 표현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 대해서는 “80년대 사고에 머물러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평가절하 했다.


다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전 대표 등판 효과에 대해 의문을 품는 시각이 적지 않다. 당내 결집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중도확장에는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 선대위 쇄신론과 함께 ‘이해찬 등판론’이 언급됐을 당시 민주당 의원들이 손사래를 쳤던 핵심 이유 중 하나다. 국민의힘에서는 이 전 대표 등판에 바로 ‘이나땡’(이해찬 나오면 땡큐)라는 반응이 나왔다.


‘미래비전’을 내세울 인물로 이 전 대표가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서울시장 재보선 당시 이 전 대표는 ‘미래의 박영선 대 10년 전 오세훈’이라는 프레임을 띄우고 적극 설파했으나 처참한 패배를 경험한 바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메신저도 중요하다”고 우회적으로 이를 꼬집었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이 전 대표의 행보에 대해 “이 후보의 서포트를 할 사람이 없고 의원들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고 하니 이 전 대표가 군기반장으로 나와 독려를 하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 위원은 “조국 사태, 박원순 전 시장 사망 등을 거치며 이 전 대표의 대국민 이미지가 좋지 않다”며 “4.7 재보선도 승리를 장담하더니 결과는 정반대로 나오는 등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소구력을 잃어 전체적으로 플러스 보다는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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