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자국 브랜드 선호 바람에 K-뷰티 입지 흔들
국내 뷰티기업들도 북미 등 신시장 개척 속도
해외여행 제한으로 명품 수요 온라인 플랫폼, 백화점으로 몰려
온라인 플랫폼, 다양한 상품에 빠른 배송‧가격 등 경쟁력 앞선다는 평가
면세업계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당장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른 해외여행 수요 감소는 물론 향후 먹거리 확보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국내 주요 면세업체의 화장품 카테고리 매출 비중은 80%가 넘는다. 여기에 패션잡화로 분류되는 명품까지 포함하면 90%를 넘는 수준이다. 사실상 화장품과 명품이 면세점을 먹여살리는 셈이다.
지금까지는 중국 보따리상이 한국 면세점 화장품의 핵심 고객이었다. 중국 현지에서도 한국 화장품을 구매할 수 있지만 가품 논란이 끊이지 않다 보니, 한국 면세점에서 구입한 제품에 대한 신뢰가 더 높은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주요 면세업체들은 이들 보따리상 유치를 위해 전체 매출의 40%에 달하는 수수료를 중국 여행사나 보따리상들에게 지급하는 관행을 이어오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재주는 국내 면세점이 넘고, 돈은 중국 여행사와 보따리상들이 챙긴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그럼에도 코로나19로 해외여행길이 막히다 보니 여전히 이들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약 2년의 코로나19 사태를 지나는 동안 상황이 바뀌고 있다. 최근 중국 내에서 ‘궈차오’ 바람이 확산되면서 K-뷰티의 입지가 갈수록 줄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궈차오(國潮)는 중국을 의미하는 궈(國)와 유행·트랜드를 의미하는 차오(潮)의 합성어로 자국산을 더 선호하는 소비경향을 의미한다.
국내 대표 뷰티 기업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경우에도 해외매출의 절반 이상을 중국이 차지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이 확대되면서 북미 등 신시장 개척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정부가 하이난면세점 등 전략적으로 자국 면세점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면서 보따리상들이 굳이 한국을 방문하지 않아도 자국 면세점에서 한국 화장품 등 상품을 수급할 수 있는 길이 확대되고 있는 점도 국내 면세업계로서는 악재다.
중국 정부가 내국인에게 연간 면세 구매한도를 높여주고 면세품 품목도 확대하는 등 규제를 완화하면서 화장품은 물론 명품 등 현지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코로나19로 전 세계 면세점이 부진을 겪는 가운데서도 중국 간판 면세점 기업인 중국중면(中國中免)은 글로벌 순위 4위에서 지난해 1위로 급성장했다.
중국 면세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신라면세점은 아예 중국 면세점과 합작사를 설립해 현지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지난 7월 중국 하이난성에서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중국 하이난성 하이요우면세점과 양국 면세점 운영 활성화를 위한 전략적 MOU를 체결했다.
하이요우면세점은 지난해 하이난관광투자발전공사의 자회사로 설립된 시내 면세점으로 9만5000㎡ 규모의 면세점에 약 45개 카테고리, 500여개 브랜드의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양사는 하이난에 합작사를 설립하고 상품 소싱, 시장 개발, 인적자원 교류, 상품 공동개발 등 운영 전반에 대해 상호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명품 시장은 온라인 플랫폼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MZ세대로 고객층이 확대되면서 시장 전체는 급격하게 확대되고 있지만 해외여행길이 제한되면서 전통 구매 채널이었던 면세점 보다는 온라인 플랫폼과 백화점으로 소비자들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명품 전문 플랫폼의 경우 정품 인증과 빠른 배송은 물론 가격 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추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최근엔 강남 등 오프라인으로 매장을 확대하는 추세다.
업체들은 온라인에서 구매한 제품의 무상 AS 서비스를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공하는 등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O2O(Online to Offline) 매장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이에 면세업계도 자체 온라인 몰은 물론 쿠팡·카카오톡 선물하기, 편의점 CU 등 다양한 채널로 면세품 판매를 확대하고 있지만 품목이 한정된 데다 소비자들이 찾는 다양한 브랜드를 선택할 수 없다는 점에서 명품 전문 플랫폼에 비해 상품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국내 면세점의 최대 고객이 중국 보따리상이다 보니 한국 화장품이 핵심 상품일 수 밖에 없다”면서도 “자국 면세점 육성을 위한 중국 정부의 규제 완화 등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 보따리상 매출 의존도를 낮추는 게 근본적인 해법인데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제한된 상황이라 현재로서는 뾰족한 수가 없다”며 “해외에 있는 면세점의 상품 경쟁력을 높여 부담을 줄이는 등의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