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2시 최종 낙찰자 발표
한투금융 등 9곳 제출...KT 철회
사외이사 인센티브, 지배구조변화 ‘촉각’
우리금융지주 잔여지분 인수전에 유수의 기업들이 뛰어들며, 연내 ‘완전 민영화’가 가시화되고 있다. 기존 주주였던 한국투자금융지주 외에도 호반건설, 하림, 두나무 등의 다양한 기업이 참여하며, 정부 보유 지분을 대체할 새 민간주주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과점주주로 올라서면 사외이사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 우리금융 지배구조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18일 금융위는 이날 오후 5시 우리금융그룹 잔여지분 매각 입찰제안서 접수를 마감한 결과 9개의 기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 중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서 사전에 의결한 예정가격을 상회하는 입찰제안은 총 7개 투자자, 최대매각물량(10%) 대비 1.73배로 집계됐다.
본입찰에는 예비입찰 당시 참여했던 기업 18곳 중 9곳이 참여했다. 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과 하림, 한국투자금융지주, 푸본금융그룹, 두나무, 유진PE, 우리사주조합, ST인터네셔널 등이 뛰어들었다. 국내 대표 통신사인 KT는 투자의향서는 냈으나, 인수의사를 접은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낙찰자는 22일 오후2시에 발표한다. 이번 지분매각은 ‘우리금융지주 잔여지분 매각 로드맵'에 따른 것이다. 매각물량은 예보가 보유한 지분(15.13%) 10%이며, 최소입찰물량은 1%이다. 희망수량 경쟁 입찰방식으로 진행된다.
최근 우리금융 주가가 상승하며 인수 자금 부담이 늘어났음에도 지분 인수전 열기는 뜨거웠다. 우리금융은 올해 역대급 실적을 달성하며, 배당성향을 30%선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향후 성장세도 낙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이들 상당수는 이사회 1석이 보장되는 지분 4% 이상을 매입해 경영에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의 사외이사는 5명으로 7~12명을 확보한 타 금융지주보다 적다. 사외이사를 확보하면 상대적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유력 후보군은 기존 주주인 한국투자금융지주와 현금이 두둑한 가상화폐 거래소 두나무, 호반건설이다.
두나무는 국내 1위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고 있다. 두나무의 현금성 자산은 지난2020년 말 기준 1조원을 넘어섰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영업이익 1조8000억원 인상을 달성했다. 최근 우리금융 시가총액을 고려하면 지분 4%면 4000억원 안팎의 규모인데, 두나무라면 곧바로 지불할 수 있는 현금 동원력을 확보했다. 지분 인수를 통해 얻는 사업상 이득도 상당하다. 두나무는 업비트 운영을 위해 케이뱅크에 실명계좌가 연동돼 있고, 비상장 주식 플랫폼도 갖고 있다. IB업계서는 두나무가 우리금융 지분 1% 안팎을 취득할 것으로 보고 있다.
M&A(인수합병) 단골손님 호반건설도 유력 후보이다. 앞서 호반건설은 과거 우리은행 지분을 사들여 큰 투자차익을 거둔 바 있다. 호반건설은 인수의향서에 지분규모를 4%로 명확히 제시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4%는 금융지주회사법상 비금융주력자가 금융위 승인 없이 금융지주사 지분을 보유할 수 있는 최대 규모이다. 과거에는 재무적 투자 차원이라면 이번에는 전략적 투자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시장은 인수전 초반부터 호반건설을 진성 투자자로 분류했다. 최승남 호반그룹 수석 부회장과 우리금융과의 관계도 재조명되고 있다. 최승남 수석 부회장은 35년간 우리은행에서 근무했으며, 한 때 행장 후보로도 거론된 된 바 있다. 지분인수전의 키맨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투자금융지주도 4% 지분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3.76%의 우리금융지분을 보유한 상태로 추가로 4% 이상 지분을 사들이면 총 사외이사 2석을 확보하게 된다. 현재 우리금융은 예금보험공사(15.13%), 국민연금(9.8%), 푸본생명(4.0%), 한국투자증권(3.76%), 키움증권(3.76%), 한화생명(3.74%) 등의 과점주주 체제다. 만약 한국투자금융지주가 4% 지분 획득에 성공하면 우리금융의 경영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욱 공고해진다. 현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지배구조는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매각 대상 지분은 10%이기 때문에 4% 2곳, 1% 1~2곳이 선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보는 가격과 비가격 요소를 결정해 고득점자에게 잔여 지분을 낙찰할 예정이다. 낙찰자로 선정되면 2~3주 이내에 주금 납입을 마쳐야 하기 때문에 자금력과 신용도 확보는 기본이다. 우리금융주가는 지속 상승해 최근 1만3000원대에 진입했다. 예보의 손익분기점은 1만2000원이다. 비가격적 요소에는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로드맵 ▲금융산업 발전 기여도 ▲공자위의 공적자금 회수 이행 계획 등이 반영된다.
정부 일정대로 연내 매각이 마무리되면 우리금융은 23년만에 완전 민영화의 숙원을 달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