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다퉈 공매도 '부정적 입장'
원리원칙 없어 시장신뢰 의문
공매도가 뜬금없이 대선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최근 여야 후보들은 앞다퉈 공매도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밝히고 있다. 개인투자자의 힘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지난해 12월 결산 상장법인 2352개사의 개인 주식소유자는 914만명으로 집계됐는데, 현재는 10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공매도에 대한 입장에 따라 만만치않은 표심이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공매도에 대한 여야 대선후보들의 '공약 완성본'이 아직 나오지 나오지 않은 만큼 시장은 판단을 유보하고 있지만, 공매도에 대한 논의가 포퓰리즘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서로 합이 맞지 않는 주장을 일주일 간격으로 밝혔다. 이 후보는 지난 8일 공매도를 '큰손들에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표현했다. 그러면서 기관에게도 개인과 같은 담보비율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불과 1주일 전에는 한국 증시가 한단계 올라서기 위해선 MSCI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순매도 때문에 국내증시가 상대적으로 더 하락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MSCI선진국지수 편입이 목적이라면 '공매도 강화'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올해 국내증시가 MSCI선진국지수 편입에 들지 못했던 주요 이유 중 하나는 '공매도 규제'였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공매도 전면 재개'를 주장하고 있는 이유도 이때문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 연구원은 신용의 차이를 무시하고 개인과 외국인·기관의 담보비율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시장원리 자체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꼬집었다. 외국 자금을 유치해 시장을 키우고 개인도 외국인과 기관에 버금가는 투자 주체로 길러내겠다는 의중이지만 좋은 것만 담은 '뷔페식 공약'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야권도 포퓰리즘 비판에서 안전해 보이진 않는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경선 과정에서 떨어지며 '공매도 폐지론'이 붕뜬 가운데 야권에서 주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올해 초 공매도는 '자본시장의 독'이라고 언급한 바 있어 계승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공매도에 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완전한 공매도 폐지는 위험하다'는 유승민 전 의원의 의견에 동의를 표한 적은 있다. 두 후보 모두 공매도에 대한 구체적인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지난달 코스피 개인 거래 대금 비율은 21개월 만에 60% 아래로 내려갔다. 전문가들은 공매도의 이점에 대해 강조하지만 납득할 개인은 많지 않아 보인다. 당국과 기관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이다. 표심도 중요하지만 공약 이행 이후에 벌어질 시장의 혼란을 막기위해선 지금부터라도 포퓰리즘은 자중해야 한다. 원리원칙 없는 공약으론 외국인이든, 개인이든 시장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