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 협력 강조하는 쿼드
민감정보 다루는 오커스
美, 일본·호주 중심으로
대외정책 재편할 가능성
미국이 영국·호주와 함께 새로운 안보동맹인 오커스(AUKUS)를 출범시키며 역내 관여 의지를 재확인했다.
미국은 일찍이 일본·호주·인도와 함께 꾸린 쿼드(Quad)를 인도·태평양 정책의 '기초'로 언급하며 관여 의제를 확장하고 있기도 하다.
쿼드가 반중(反中) 군사 협력체 이미지를 벗고 첨단기술 협력 등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보를 다루는 오커스까지 출범한 만큼, 두 협력체 간 연계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미국이 대중국 견제에 미온적인 문재인 정부를 제쳐두고 일본·호주 중심의 역내 전략을 전개할 것으로 보여, 한국이 '2류 동맹'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재적 한국외대 교수는 세종연구소를 통해 지난 1일 발표한 '미국·영국·호주 삼자 파트너십의 전략적 목표와 우리의 고려사항'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오커스 협의 사항 중 호주의 핵추진 잠수함 보유가 가장 주목받고 있다"면서도 "이는 3개국이 추진하는 첫 번째 사업이지 오커스 체결의 목적은 아니다. 오커스의 목적은 첨단기술 공동개발 및 민감정보 공유에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쿼드도 미중 기술패권 경쟁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의제들을 협의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논의 초점이 전통 안보 이슈에서 다양한 기능 분야 이슈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 당시 반중 군사 협력체 성격을 띠던 쿼드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외연 확장을 통해 포괄적 협력체로 변모했다. 남중국해 등 기존 안보 이슈는 지속적으로 다루되 △양질의 거버넌스 △의료·보건 △인프라 투자 △첨단기술 △공급망 다각화 등 다양한 이슈로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쿼드 참여에 난색을 표하던 문재인 정부조차 "분야별 협력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박 교수는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경쟁이 심화하면서 쿼드가 기술패권 연대의 주요한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기술 패권경쟁과 직접 관련된 사이버 안보, 첨단기술뿐만 아니라 이와 직간접적 연관성이 있는 인프라 투자, 공급망 다각화 등에 대해 4개국이 쿼드를 통해 협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쿼드 참여국들은 지난 7월 과학기술담당 장관급 화상회의를 처음으로 개최하며 협력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4개국 정상은 지난 9월 개최된 제2차 쿼드 정상회의에서 △인프라 파트너십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 △해양상황 인지 능력 강화 △첨단기술 분야에서의 연대 △우주개발 등에 대한 협력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쿼드가 기능주의(기능분야) 협력의 틀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며 "오커스의 주된 목적이 첨단기술 공동개발 및 민감정보 공유인 만큼 쿼드와 오커스가 자연스럽게 연계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호주·영국을 중심으로 민주주의 국가들이 기술력을 결집해 경쟁력을 높이고, 데이터 표본 규모를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미국·호주·영국은 쿼드·오커스 등 다양한 '소다자 연합'의 중층적 연대로 세력을 키워가며 사이버 안보 및 첨단기술과 관련된 국제 규범·표준 형성을 주도하려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미국의 관련 구상이 일본·호주를 중심으로 구체화될 가능성이 커 한국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축소될 수 있다는 데 있다.
박 교수는 미국 주도 안보네트워크에서 △일본을 중점으로 하는 '북방축' △호주를 중심으로 하는 '남방축'이 부상하고 있다며 "우리가 일본의 하위 노드(node)로 전락하지 않도록 한미동맹 및 한미일 안보협력을 관리하고, 호주와의 안보협력도 한층 더 증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박 교수는 미국이 일본·호주를 주요 거점 삼아 역내 미사일방어(MD) 체계를 넓혀가는 과정에서 한국의 동참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그는 미 의회가 마련한 2022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에 주한미군 기지 내에 정보융합센터 설치를 권고하는 내용이 포함됐다며 관련 내용이 시사하는 바를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이 역내 국가들에 △정보·감시·정찰(ISR) 자산 제공과 △MD체계 가입을 연계해 제안할 수 있다며 "(미국이) 거대한 정보 공유 안보네트워크를 구축하려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