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팔을 잡아끌고 침대로 데려가 성폭행" vs "혼자 자고 있는데 들어왔다"
서대문경찰서, 양측 고소장·녹취록 토대로 소환 조사 방침
18년 전 유명 영화감독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이 최근 감독과 대화한 내용의 녹취록을 경찰에 증거로 제출했다. 반면 성폭행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감독 측은 이 여성을 명예훼손과 협박 혐의로 경찰에 맞고소했다.
고소인 A씨는 지난 7월 영화감독 B씨에게 전화를 걸어 "분명히 그 호텔에서 제 팔을 잡아끌고 침대로 저를 데리고 간 것, 그 성폭행 부분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고 말하자 B씨는 "저는 왜 반대로 기억하고 있나"며 "(호텔방에서) 혼자 자고 있는데 A씨가 들어온 걸로 기억하는 것은 그럼 가짜를 기억하고 있는 것인가"라고 받아쳤다. B씨는 A씨가 자신에게 먼저 접근했다는 취지로 말하며 성폭행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A씨는 "이 이야기(성폭행)를 전화로 할 수 없고, 직접 만나 이야기하고 사과를 받고 싶다"고 거듭 요구했지만 B씨는 "지금 이동 중이니 다시 연락을 드리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A씨는 대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경찰에 증거로 제출했다. A씨 측은 "B씨는 통화에서 간음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오히려 A씨가 B씨 방에 찾아왔다는 거짓 변명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성폭행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B씨는 전날 A씨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과 협박 혐의로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맞고소했다. B씨 측은 A씨의 고소장 내용을 검토한 뒤 무고 혐의로도 추가 고소할 계획이다.
B씨의 맞고소에 A씨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광야 양태정 변호사는 "고소 전 연락해 사과를 요구한 것만으로 협박이 성립하지 않고, 허위사실로 고소한 것이 아니기에 무고도 아니다"고 반박했다.
앞서 해외에서 사업을 하던 A씨는 2003년 10월께 현지를 찾은 B씨로부터 호텔 방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며 강간치상 혐의로 서대문서에 지난달 27일 고소장을 냈다. A씨는 2018년께 국내 예술계 인사들에 대한 '미투' 운동을 접한 뒤 피해 기억에 시달리며 정신과 치료를 받다 올해 초 귀국해 B씨에게 사과를 요구했으나 받지 못하자 고소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양측의 고소장과 녹취록 내용을 검토한 후 이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