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배임액 줄이고 피해자 한정…성남시 수사 막는 것"
검찰 "앞선 배임액보다 줄어 신중"…성남도공 "민간사업자 부당이익 반환해야"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배임 혐의로 추가 기소하면서 구체적 배임 정황과 피해 액수가 드러났다.
하지만 같은 날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자체 조사 결과로 발표한 배임액수보다 1000억원 가량 적은 것으로 나타나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배임 규모를 줄여 '윗선' 수사로 확대되는 것을 막으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1일 유 전 본부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과 부정처사 후 수뢰 혐의로 추가 기소하면서 배임액을 최소 651억원+α라고 명시했다. 또 '대장동 의혹'의 핵심인물들인 김만배씨와 남욱 변호사, 정민용 변호사 공범으로 판단했다. 지난달 21일 유 전 본부장을 뇌물 혐의로 구속기소한 뒤 열흘 만에 배임 정황과 피해 액수를 구체화한 것이다.
유 전 본부장은 김씨 등과 공모해 민간사업자에게 유리하게 택지개발 배당 이익과 상당한 시행 이익을 몰아주고 그만큼 공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사업계획서의 예상 수익을 근거로 배임액을 정했다. 애초 공사는 대장동 택지 매각 가격을 평당 1500만원 이상으로 측정해 배당 이익을 약 4898억원으로 봤는데, 성남의뜰이 평당 1400만원으로 낮춰 사업계획서를 냈고 이 때문에 예상 이익도 3595억원으로 낮아졌다. 약 1303억원의 차액에 대해 성남의뜰 지분 절반을 가진 공사가 최소 651억원을 손해봤다는 것이다.
반면 공사는 자체 분석 결과, 현재까지 발생한 이익을 근거로 공사가 입은 손해액이 1793억원이라고 밝혔다. 민간사업자에게 돌아가야 할 이익은 2246억인데 이보다 많은은 4039억원이 배당됐다는 것이다.
공사 설명에 따르면 당초 사업제안서에서 제시한 총매출액은 1조8393억원이었으나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서 실제 매출액은 2조2242억원이 됐다. 증가한 이익 3849억원을 출자비율에 따라 배분하면 도개공의 추가이익은 3376억원, 민간사업자 473억원이므로, 민간사업자 몫은 2246억원(애초 배당 예정액 1773억원+추가 배당액 473억원)이다.
공사 측은 "민간사업자는 현재 4039억원을 배당받았으니 2246억원을 공제한 나머지 1793억원은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앞서 한 차례 김씨 영장이 '혐의 소명 부족'으로 기각된 만큼 이번엔 한 층 신중하게 접근했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확인된 자료를 바탕으로 651억원이라고 최소한으로 특정한 금액"이며 "수사를 통해 추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배임액을 축소하는 등 피해규모를 줄여 윗선 개입에 대한 규명 없이 '대장동 4인방'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 하고 꼬리를 자르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인 박인환 변호사는 "처음 유 전 본부장을 기소할 때 배임 피해 액수를 1100억으로 봤던 걸 감안하면 배임액이 크게 줄고 성도공이 발표한 피애액과도 1000억 이상 차이난다"며 "이러면 수사 무게 자체가 달라지는데 배임 책임자 범위를 줄이려는 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정치평론가인 서정욱 변호사도 "실제 피해자는 성남시민인데 이번에 검찰은 피해자도 성남도시개발공사로 한정했다"며 "성남시로 책임 주체가 올라가는 등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 불똥을 튀는 걸 막으려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논란이 일자 2일 서울중앙지검은 "수사팀이 이 후보자에 대해 배임 혐의를 피해간다거나 적용하지 않을 것처럼 일부 보도됐으나, 수사팀은 현재까지 어떤 결론을 내린 바 없다"며 "결론을 예단하지 않고 증거관계를 바탕으로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할 예정이다"고 공식적으로 해명했다.
검찰은 이어 "대법원 판례상 배임이 성립하려면 단순한 경영·정책적 판단을 넘어 사익을 추구해 손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입증돼야 한다"며 "이 후보가 대장동 사업으로 얻은 금전적 이익이 있는지는 수사로 규명해야 할 부분"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이호선 국민대 교수는 "이 후보의 배임 혐의는 검찰이 아닌 사법기관이 판단할 일"이라며 "대장동 사업을 자신이 설계했다는 책임자로서 지시한 정황이 있다면 기소해 법원 재판을 받아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서 변호사도 "누구는 기소하고 누구는 기소하지 않는 등 검찰 수사의 일관성, 형평성이 설득되지 않는 게 문제"라며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경우 법원이 추징보전 명령을 내리면서 뇌물로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했는데도 기소하지 않았고, 대장동 4인방 중 한 명인 정영학 회계사도 여태껏 기소조차 안하니 특검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