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땡겨요’ 12월 22일 출격
광고비·가맹점 입점 수수료 ‘0원’
신한은행이 12월 배달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다. 신한은행의 이번 도전은 디지털 전환에 심혈을 기울여온 진옥동 행장이 추진하는 파격 실험이다. 금융사 최초로 배달 앱을 선보이는 신한은행이 ‘배달의 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이 혈투를 벌이고 있는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내달 22일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땡겨요’의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다. ‘땡겨요’는 ‘혜택을 당긴다’, ‘단골 고객을 끌어당긴다’는 뜻을 담았다. 신한은행은 강남과 서초 등 서울 5개구 1만5000개 가맹점에서 우선 서비스한다. 내년에는 강북 지역으로까지 확대한다.
사용법은 기존 음식 배달앱과 마찬가지로 배달받을 주소를 입력하면 일정 반경 내 배달 가능한 가맹점들이 표시된다. 주문을 하고 결제하면 원하는 장소로 음식을 배달해주는 방식이다.
신한은행은 후발주자인만큼, 파격적인 수수료로 타 업체와의 차별화 전략을 꾀한다. 기존 배달앱이 취하는 광고비용이나 가맹점 입점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중계수수료는 받지만 공공앱 수준으로 매우 저렴하다는 설명이다. 배달의민족의 경우 앱에서 가계를 노출시키기 위해 최소 월 8만8000원의 정액광고비를 받고 있다. 매출 연동(6.8%)의 광고비도 책정하고 있다.
파격 정책은 직접적인 수익 추구보다 생활금융 플랫폼으로써 배달 플랫폼에서 수집한 빅데이터를 활용하려는 목적이 더 크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땡겨요는 중계수수료는 받지만 광고비용이나 가맹점 입점수수료가 없다”며 “땡겨요를 통해 모은 소상공인 매출데이터를 기반으로 신용평가 모형을 고도화거나, 외식업자 전용 대출 상품을 개발하는 등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일환으로 신한은행은 최근 제1금융권 최초로 배달라이더 전용 소액신용대출 상품인 ‘쏠편한 생각대로 라이더 대출’을 선보이기도 했다. 은행은 배달 대행 플랫폼인 ‘생각대로’의 배달라이더 데이터와 배달 수행정보를 수집·분석해 라이더 전용 대출 심사 프로세스를 개발했다. 신한 쏠(SOL)에서 비대면으로 신청 및 약정이 가능하다. 대출한도는 최대 300만원, 고객별 최대 연 1%까지 우대금리를 적용했다. 소득형태가 일정치 않은 대출라이더들의 스스로 계획적인 대출 상환관리가 가능토록 자동 대출원금 상환 프로세스도 구축했다.
특히 배달앱의 경우 자영업자와 소비자를 모두 아우를 수 있고, 고객의 결제 데이터를 파악하기에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신한은행은 이미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아 인성데이터와 협력해 음식 주문 중개플랫폼을 준비해왔다. 인성데이터는 생각대로를 운영하는 로지올의 모회사다. 배달앱 시스템 구축에는 140억원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져왔다. 전반적인 사업 운영은 ‘O2O(온오프라인 연계) 추진단’이 총괄한다. 앞서 진 행장은 비금융 신사업 추진을 본격화하기 위해 지난 6월 O2O 추진단을 신설했다. 기존 시스템이 아닌 스타트업처럼 독립적이고 빠른 의사결정으로 신사업을 추진하는 조직이다.
앞서 진 행장은 모바일 뱅킹앱 ‘쏠(SOL)'을 강력한 경쟁력을 가진 디지털 플랫폼으로 키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한은행은 시중은행중에 가장 발빠르게 비금융 사업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땡겨요’를 생활금융 플랫폼으로 육성, 궁극적으로 대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공산이다. 모바일 앱을 통한 음식 배달 등의 생활밀착형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고객들이 신한은행 앱에도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날 수 있고, 주거래 은행을 신한은행으로 선택할 수 있는 강력한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는 신한은행의 비금융 서비스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먹거리 발굴은 금융권 전반적인 과제이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이 원하는 비금융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배달시장에서 주요 사업자로 공고히 자리매김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금융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면서, 비금융부문까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시도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