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산4·연신내·쌍문·방학 등 예정지구 지정
2차 설명회 진행했지만…사업성 불투명, 주민 의구심 여전
"밀어붙이기식 공급보다 충분한 주민의견 수렴과정 필요"
정부가 부동산정책 관련 치적쌓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2·4대책으로 추진 중인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도심복합사업) 일부 후보지는 예정지구로 지정하고 개발 속도를 끌어올리겠단 방침이다.
여전히 해당 사업을 둘러싼 주민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은 가운데 정부가 공급성과를 앞당기는 데만 집중하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27일 국토교통부는 2·4대책 선도 후보지로 선정된 증산4구역을 비롯해 연신내역·쌍문역 동측·방학역 등 4곳을 도심복합사업 예정지구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도심복합사업을 도입하는 공공주택특별법이 시행되고 약 40일 만에 첫 성과다.
예정지구로 지정된 이후에는 주민 의견청취와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본 지구지정 절차를 밟게 된다. 정부는 이들 4곳 후보지에 대해선 주민 동의가 높은 만큼 연내 본 지구지정까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업이 차질없이 추진될 경우 도심복합사업을 통해 증산4구역에는 총 4112가구, 연신내역 427가구, 쌍문역 동측 646가구, 방학역 409가구 등 총 5594가구의 물량이 서울 도심에 풀리게 된다.
예정지구 지정에 앞서 국토부는 해당 후보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2차 설명회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설명회에선 분양가, 분담금, 사업 관련 인센티브 등이 공개됐다.
도심복합사업 1호 후보지란 상징성을 지닌 증산4구역의 경우 원주민 분양가는 전용 59㎡ 4억9000만원, 전용 84㎡ 6억2000만원 수준이다. 가구별 평균 부담금은 9000만원 선으로 제시됐다. 일반분양가는 3.3㎡당 평균 2257만원 정도다.
국토부는 공공이 참여함으로써 사업 속도를 획기적으로 앞당기고, 도심 내 대규모 주택공급이 가능한 데다 각종 인센티브를 통한 공익성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공공이 직접 사업을 주도하지만 민간브랜드 선정 및 주민대표회의 운영 등 주민 선택권도 충분히 보장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주민들은 정부가 공공이라는 이름으로 사유재산권을 침해한다며 볼멘소리를 낸다. 제대로 된 설명회 한번 없이 후보지 지정이 이뤄진 데다 주민 동의 2/3만 얻으면 본 지구지정까지 가능하도록 해서다.
증산4구역 한 주민은 "토지 비율로 따지면 전체 4~5만평 되는 사업지에서 단독주택은 68%, 다세대는 32% 정도"라며 "면적 요건 없이 2/3 이상 주민 동의만 얻으면 되도록 한 탓에 절반도 안 되는 토지를 들고도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도 발목을 잡는다. 2차 설명회에서도 도심복합사업과 관련해 주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진 못했다.
또 다른 증산4구역 주민은 "소형평형이 대부분이어서 닭장아파트가 될 게 뻔하고 중대형평형을 늘려준다는 데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진 알 수 없는 것"이라며 "몇 개월간 준비한 설명회라는데 정작 주민들이 민감해하는 보상문제나 이주대책, 대출, 양도세 등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감평가와 분담금, 분양가마저도 추정에 불과해 결국 주민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내 재산을 맡겨야 하는 셈"이라며 "사업이 확정되고 나면 그때는 엎고 싶어도 엎을 수가 없는데 이게 강제 수용이 아니면 무엇이고 대장동 사태랑 다를 바가 뭐냐"고 꼬집었다.
이처럼 정부의 주택공급 대책을 둘러싼 주민들의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도심복합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연대한 '3080 공공주도반대연합회(공반연)'에 따르면 지난달 7일 기준 연대 후보지는 발표된 56곳 중 30곳에 이른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정부 주도의 개발사업은 결국 전체적으로 사업성을 어떻게 확대할지, 주민들에게 얼마나 혜택이 돌아가도록 할지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며 "특히 본인 재산권 양도에 따른 조세 부담 등을 어떻게 덜어줄지 등 종합적인 부분에서 검토한 뒤 주민 설득에 나서야 하는데 그런 부분들이 미흡하다"고 진단했다.
서 학회장은 "재건축, 재개발은 충분한 설득과정을 거치고 다양한 주민 의견을 얼마나 잘 수렴하느냐 따라 속도가 붙는데 정부가 당장 공급목표 달성을 위해 밀어붙이는 모습"이라며 "문제는 부동산 개발사업은 정부 방침에 따라 많이 달라지는 정치적 위험성을 안고 있어 당장 내년 정권이 달라지는 시점에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