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규탄' 언급 없이 종전선언 위한 '심기경호'
與 북한의 억지 주장 대변 "핵실험 아니라 다행"
美 유엔대사 "北 무모한 도발…안보리 준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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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년 만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쏘아 올렸지만, 정부여당은 경고 없이 오히려 대북 제재완화를 거론하며 '심기경호'에 나선 모습이다. 종전선언을 비롯한 임기 말 대북업적 쌓기에 집착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21일 외교부 종합 국정감사에선 정부의 미온적 대응에 대한 야당의 비판이 쏟아졌다.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정부의 대응 강도를 보면 미국으로 날아가는 미사일은 규탄 대상이고, 단거리 미사일은 유감 수준"이라고 지적했고, 같은당 김태호 의원은 "비핵화 없는 종전선언은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이라고 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전략적 도발에 대한 기준은 한반도의 안보 상황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지의 여부"라며 "우리가 볼 때는 충분히 우리 군이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또 "우리도 SLBM 능력을 상당히 개발해놓은 상태"라고 했다.
정 장관은 전날 국감에서도 "북한이 대화에 응한다면 대북제재 완화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고 '대북제재 완화론'을 폈다. 또 "북한이 2017년 11월 이후에는 우리가 정의하는 전략적 도발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김정은의 비핵화 발언을 잘못 이해했거나 김정은에게 속은 것 아니냐"고 꼬집었고, 박진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말에 무리하게 종전선언을 추진하다가 외교적 도박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여권에서도 북한을 두둔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과 추가 핵실험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안보 위협 우려에 "불행중 다행", "방어 가능해"
국제사회 규탄 목소리에도 "대북제재 완화해야"
무엇보다 정부여당의 북한 감싸기 기조는 미국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내고, 유엔 안보리가 긴급회의를 소집하는 등 대북 경고·규탄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국제사회의 움직임과 동떨어진 행보라는 지적이다.
실제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미국대사는 20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에 관한 안보리 비공개 긴급회의에서 "북한의 SLBM은 별개의 발사가 아니라 연속적인 무모한 도발의 최신 사례"라고 비판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자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라며 "북한은 안보리 결의를 지켜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날 회의는 북한의 SLBM 시험 발사와 관련해 미국과 영국의 요청으로 소집됐다.
유럽연합(EU)도 이날 "EU는 북한이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및 기존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 방식으로 포기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면서 "북한은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또다시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했다"고 규탄했다.
더욱이 "우리 군이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정의용 장관의 해명과는 달리 국제사회에선 한반도 안보 위협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SLMB은 국제사회에서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함께 위협적인 대량 살상무기로 평가 받는다.
미국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은 20일(현지시간) '2022 미국 군사력 지수' 보고서에서 북한의 미국에 대한 위협 수준을 '높음'(high)으로 평가하며 "한국은 현재 SLBM에 대한 방어망이 없다"고 분석했다.
북한에 대한 보고서를 쓴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김정은은 집권 이후 핵과 미사일 시험을 가속하고, 북한의 무기를 광범위하게 다양화했다"면서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는 북한을 향해 120도 시야로 제한돼 있어 동해나 서해로부터의 SLBM을 방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정 장관은 국감에서 "문재인 정부의 안보 정책은 힘을 바탕으로 한 평화"라며 "지난 4년 반 동안 국방력이 어느 정권 때보다 확실하게 증강됐다"고 말했다. 또 "종전선언 추진의 기본적인 목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달성을 위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가동하기 위함"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