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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SLBM 도발에도…靑 종전선언 매달리며 '대화 손짓'


입력 2021.10.20 04:30 수정 2021.10.19 20:07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합참 "오늘 오전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한‧미‧일 정보수장 서울 회동' 겨냥한 듯

통일부 "남북 대화와 협력 일관되게 노력"

합동참모본부는 19일 '북한이 10시 17분경 함경남도 신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미상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정부는 북한이 19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무력 도발에 나선 것과 관련해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대화의 장으로 나오라는 손짓을 멈추지 않았다.


한미일 정보수장 회동하는 날 '보란 듯 도발'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이 오늘 10시 17분경 함경남도 신포 동쪽 해상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추정되는 미상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지난달 28일 이후 3주 만으로 올해 들어서만 여덟 번째 미사일 도발이다. 무엇보다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SLBM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위반에 해당한다.


이번 미사일의 사거리는 450㎞로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SLBM 시험발사가 이뤄졌다면 2019년 수중 시험발사 성공을 공개한 지 약 2년 만이다. 이미 북한은 2015년 '북극성-1형'과 2019년 '북극성-3형' SLBM 수중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탐지가 어려운 SLMB 발사는 국제사회에서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함께 위협적인 대량 살상무기로 평가 받는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유엔 차원의 대응은 물론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들과 함께 규탄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다.


신포 일대는 북한의 잠수함기지가 있는 곳으로, 신형 SLBM 시험발사를 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합참은 "추가 제원과 특성은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이라고 설명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도발 시점이다. 이날은 미국 워싱턴과 서울에서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와 정보당국 수장이 회동하는 등 대북 이슈와 관련한 의견 교환이 입체적으로 이뤄지던 상황이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애브릴 헤인스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 다키자와 히로아키 일본 내각정보관 등 한미일 정보수장이 서울에서 회동하는 날 보란 듯이 미사일을 쏘아올린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날 서울에서 개막한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와 오는 21일로 예정된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 발사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서울 ADEX는 국내 최대 항공우주, 방산분야 전문 종합 무역 전시회다.


靑 안보리 위반 언급 없이 "조속히 대화 나오라"


하지만 우리 정부의 대응은 미온적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청와대는 이날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으나 북한에 별도의 경고를 하지 않았다.


NSC 상임위원들은 북한의 미상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깊은 유감"이라면서도 "북한이 조속히 대화에 나올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NSC 상임위원들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미상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규정하면서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위반에 해당한다는 점 등을 지적하진 않았다. 청와대는 "상임위원들은 한반도 정세의 안정이 그 어느 때보다 긴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고 전했다.


통일부도 이날 "이번 발사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북한이 조속히 대화에 나올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남북 간 대화와 협력을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정착, 남북 관계 진전을 위해 일관되게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선 정부의 이 같은 대응 기조를 두고 "북한이 도발을 거듭해도 계속 북한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고 조심하고 있다. 입장 표명은커녕 공허한 종전선언에 매달리는 6개월짜리 정권이 한심하다 못해 불쌍하다(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정부 입장에선 종전선언을 임기 내 추진하기 위해 미국과의 간극을 좁히기에 나선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난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했다.


이와 관련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오늘 한미일 정보수장 회의도 있는데, 북한이 미국을 압박해서 이중기준 철폐와 함께 궁극적으로는 제재 완화를 추구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다음 단계에서는 ICBM도 쏠 수 있으니까 그전에 미국이 양보를 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종전선언을 두고 대북 공조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한미 사이에 자신들의 주장을 압박하고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미사일 발사"라고 평가했고,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이중기준 철폐'를 시험대에 올린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부는 이날 성명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긴장 고조 행위"로 규정하며 "이러한 북한의 행동을 규탄하고 더 이상 불안정한 행동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이 상황을 계속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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