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이르면 19일 밤 늦게나 늦어도 20일 오후 3시 전 결론
법조계 "구속 당시 혐의 소명 충분…뇌물 안 받았다는 새 증거 나와야만 인용"
"결정적 증거 부족했던 김만배와 달리 뇌물 현금 전달된 정황…내던진 휴대전화 구속 필요성 높여"
김만배 구속 기각된 논리로 유동규도 석방 가능성…검찰, 부실수사 책임론 가중되며 수사 난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구속이 합당한지 다시 판단해달라'며 구속적부심을 청구해 법원의 판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앞서 법원이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유 전 본부장의 혐의를 어느 정도 소명한 만큼, 이를 뒤집는 새로운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구속적부심은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을 내놨다.
서울중앙지법은 19일 오후 2시 10분부터 약 1시간 동안 유 전 본부장이 전날 청구한 구속적부심 심문을 진행했다. 구속적부심은 피의자 구속의 적법성과 필요성을 법원이 다시 한번 따지는 절차로, 심문절차가 끝나고 24시간 내 석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유 전 본부장은 시행사 '성남의뜰' 주주 협약서에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넣지 않아 결과적으로 민간 사업자에 천문학적 규모의 이익이 돌아가게 하고, 성남시에 그만큼의 손해를 입힌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그 대가로 화천대유로부터 5억원 등 8억원의 금품을 챙긴 것으로 보고, 지난 2일 유 전 본부장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3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후 "증거 인멸과 도주가 염려된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하지만 또 다른 '대장동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구속영장은 지난 14일 기각됐다 . 법원은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뒤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큰 반면에 피의자에 대한 구속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유 전 본부장이 구속적부심을 청구한 것은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고, 남욱 변호사까지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는 상황에서 위기감을 타개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법조계 전문가들은 유 전 본부장의 혐의는 영장실질심사에서 1차례 혐의 소명이 됐다는 점과 김씨와 달리 유 본부장은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구속 필요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법무법인 하나 강신업 변호사는 "방대한 혐의에 대한 결정적 증거가 부족했던 김씨와 달리 유 본부장의 '8억원 뇌물' 혐의는 현금으로 전달된 정황이 포착되는 등 어느 정도 혐의 소명이 됐다고 볼 수 있다"며 "압수수색 당시 휴대전화를 창 밖으로 던진 사실 등은 이번 구속적부심에서도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고 판단돼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인 김한규 변호사 역시 "유 전 본부장은 구속 당시 혐의 소명이 충분히 됐던 것"이라며 "뇌물을 받지 않았다는 새로운 증거가 나오는 등 사정 변경이 없는 한 기각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앞서 법원은 김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영장에 기재된 '700억 약정설' 혐의 등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핵심 증거로 든 '정영학 회계사 녹취록'의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다만 유 본부장의 구속영장에는 녹취록 내용은 기재되지 않았고, 위례신도시 사업과 대장동 사업에 대한 '8억원 뇌물'만 명시됐다. 또 김씨와 달리 유 전 본부장의 불성실한 조사 태도도 구속 필요성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증거인멸 의도로 창 밖으로 내던진 휴대전화가 결정적으로 패착이 된 셈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법원이 김씨 구속이 기각된 논리를 받아들여 유 전 본부장이 석방될 가능성 또한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의견도 내놨다. 이 경우 검찰은 '부실수사' 책임론에 휘말리는 동시에 수사도 큰 난관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김씨가 유 전 본부장에게 뇌물을 줬다는 증거 중 하나인 '정영학 녹취록'을 법원이 인정하지 않고 김씨 구속을 기각한 만큼 새 재판부가 뇌물을 받았다는 유 본부장의 혐의 소명도 불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