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EU 경제제한 우려 속 공정위도 검토 필요 입장...조건부 승인 가능성
채권단 동의·회생계획안 승인 후 AOC 신청 가능…국토부 발급 심사 관건
현재 진행 중인 항공업계 2가지 과제인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과 이스타항공 운항 재개가 모두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전자는 주요 국가 경쟁당국의 심사 때문에, 후자는 항공운항증명(AOC) 재발급 문제로 연내 가능성이 사라지고 있다.
1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간 기업결합에 대한 주요국 경쟁 당국의 심사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하고 현재 인수 및 통합을 위한 필수 선행조건인 기업결합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주요 국가 경쟁당국에서 이뤄지는 이 절차는 양사간 합병으로 특정 노선의 독점이 심화돼 항공권 가격 상승 등 소비자 편익이 침해되는지 여부를 살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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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은 지난 1월 9개 필수신고국가 경쟁당국에 기업결합신고를 진행했고 이후 각국에서 심사가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승인을 완료한 국가는 터키(2월)·타이완(4월)·태국(5월) 등 3곳에 불과하고 국내를 비롯, 미국·유럽연합(EU)·중국·일본·베트남 등 6개국에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임의 신고·승인 국가 중에서는 필리핀과 말레이시아에서 승인을 받았고 영국·호주·싱가포르 등에서 진행 중이다.
하지만 현재 심사가 진행 중인 국가들에서 양사의 국제선 중복노선에 경쟁제한 소지가 있다는 부정적 시각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국제선 기준 67개 노선이 중복되는데 두 항공사가 합병하면 이 노선들에서 다른 항공사 대비 점유율이 크게 높아진다는 우려가 작용하는 것이다.
특히 미국과 EU는 해당 지역에서의 경제제한에 대해 우려 입장를 적극 표명하고 있어 승인이 이뤄져도 경제 제한성을 줄이는 방식의 ‘조건부 승인’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심사 주체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연내 심사 마무리 방침에도 경쟁제한성 여부를 노선별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어 조건부 승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항공 노선을 재분배하는 조건으로 인수를 승인하는 방안이 유력하며 특정 시간대에 공항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인 ‘운수권’과 ‘슬롯’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주요 경쟁당국의 승인을 얻지 못하면 해당지역 노선을 정상적으로 운항할 수 없는 처지여서 울며 겨자먹기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노선 재조정으로 해당 노선을 잃게 되고 그 노선이 외국 항공사로 가게되면 국가 네트워크 자원 상실과 해외로의 자원 유출로 인한 국가 항공 산업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각국 당국의 승인 조건인 운항 노선 재조정 논의의 과정이 상당기간 이어지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승인이 해를 넘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5개월째 기업 결합을 승인하는 국가가 나오지 않고 있고 6개국은 10개월째 심사가 진행되고 있어 2개월여가 남은 연내에 모든 승인 절차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대형 항공사 부재로 포스트코로나 시대 글로벌 항공 시장을 놓고 펼쳐질 치열한 경쟁에서 뒤처지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연내 운항재개 무산된 이스타항공...빨라야 내년 2월
지난 6월 어렵사리 성정을 새 주인으로 맞은 이스타항공은 연내 운항 재개 목표가 무산된 상태다.
당초 운항 재개를 위해 기업회생과 항공운항증명(AOC) 취득을 투트랙으로 진행해 왔지만 국토부가 법원의 회생계획 인가 후 AOC 취득 자격 심사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연내 운항 재개는 불가능해졌다.
이스타항공은 내달 12일로 예정된 관계인 집회에서 전체의 3분의 2(66.7%) 이상의 채권단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거친 뒤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한 회생계획안을 승인받아야 AOC 신청이 가능한 상황이다.
회사가 법원에 제출한 회생계획안에 따르면 성정은 이스타항공 인수자금 1087억 중 700억원을 공익채권(530억원), 주관사 및 관리인 보수(12억), 회생채권 변제(158억원) 등에 사용하고 나머지 387억원은 운영 자금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이같은 계획을 바탕으로 채권단을 설득해 동의를 이끌어 내야 하는 상황이다.
회생계획안이 승인돼도 AOC 신청시 국토부에 제출해야 하는 18가지 서류 중 하나인 ‘항공운송사업면허증’의 대표자 명의 변경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현재 면허증상 대표자는 최종구 전 대표이사로 돼 있는 상태인데 대표자 변경이 이뤄져야 AOC 신청이 가능하다는 것이 국토부의 입장이다.
이스타항공이 AOC 신청에 필요한 18가지 서류를 모두 갖춰 국토부에 제출한다고 해도 끝이 아니다. 국토부가 제출한 서류를 바탕으로 향후 회사의 사업과 조직 구성 등 제반 계획 사항들을 면밀히 검토하고 승인하는 절차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항공법상 AOC 신청부터 발급까지는 소요되는 법정 처리기한은 90일(근무일 기준)이기는 하지만 검토 과정에서 미흡한 부분을 지적돼 이를 보완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면 기간이 더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결국 빨라야 2월 중순 이후에나 운항 재개가 가능한 상황으로 AOC 발급 기한이 뒤로 미뤄지면 운항 재개 시점도 그만큼 뒤로 밀릴 수 있는 상황이다. 이스타항공의 경우, 신규 사업자가 아닌 기존 사업자의 운항 재개라는 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현재로서는 운항 재개 시점을 단언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스타항공 측은 “관계인집회 의결과 법원의 회생계획안 승인을 거쳐 바로 AOC를 신청할 수 있도록 약 한 달간 남은 기간 동안 AOC 신청에 필요한 서류들을 모두 갖출 것”이라며 “이후 AOC 발급도 순조롭게 진행되면 내년 2월 운항 재개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