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D램 가격 최대 20%↓전망...공급과잉 비관론 확산
초호황 기대감에 못 미치는 현실에 일시적 조정 시각도
메모리 수요 여전히 견조...장기적 호황 국면 재진입 전망
내년 D램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잇달아 제기되면서 메모리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이 조기에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시적으로 공급과잉이 발생할 수 있지만 향후 수요가 전반적으로 탄탄해 구조적으로 장기적인 침체로 갈 가능성이 적어 우려가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18일 반도체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력 제품인 D램 가격이 올 4분기부터 하락을 시작해 내년부터 하락세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D램 공급 과잉 가능성이 제기된데 따른 것으로 이에 당초 초호황이 기대됐던 메모리반도체 향후 업황에 대한 비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당장 D램의 가격이 올 4분기 평균 3~8% 하락한데 이어 내년에 평균 15∼20% 가량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타이완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고객사들의 재고 증가 영향으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서 향후 가격이 전반적으로 떨어질 것이라면서 이같은 수치를 제시했다. 이미 주요 업체들이 잇달아 증설에 나선 상태로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내년에 D램 공급량을 각각 19.6%, 17.7% 늘릴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당초 코로나19로 인해 높은 IT 수요 증가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기대됐던 것과 달리 스마트폰·서버·PC 시장이 내년 성장세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D램 주요 수요처인 이들 시장의 성장세가 더뎌지면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서 공급과잉이 발생하는 것은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트렌드포스는 “D램 공급업체들이 증설 계획을 보수적으로 잡고 있더라도 공급 증가율이 수요 증가율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올해 초 시작됐던 가격 상승세가 연내에 꺽이고 내년에는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어서 그동안 제기돼 온 슈퍼사이클이 조기에 종료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미 하반기가 시작된 7월부터 D램 가격이 보합세를 보여왔던 터라 이같은 전망이 힘을 받는 모습이다. 연초 만해도 올해부터 메모리반도체가 초호황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것을 감안하면 분위기가 반전되는 양상이다.
하지만 이러한 비관적 전망이 대두된 것에 대해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일시적인 공급 과잉으로 D램 등 메모리반도체 가격 조정이 발생할 수는 있지만 이는 단기적인 현상으로 장기적인 업황 침체와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D램의 경우, 내년 평균 가격 하락이 예상되고 있지만 1년 내내 지속적인 우하향 그래프 그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트렌드포스도 4분기 시작하는 D램 가격 하락세가 내년 상반기까지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D램 수요는 전반적으로 확대되는 추세에 있는 만큼 슈퍼사이클 소멸로 보기에는 무리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최근 한 행사에서 "5세대이동통신(5G) 확대와 서버용 수요 증가, 신규 중앙처리장치(CPU) 출시 등으로 메모리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반도체 제조업체와 수요 업체간 계약은 대규모 장기 계약으로 시장에서 바로바로 반영되는 현물거래가격이 아닌, 고정거래가격으로 반영되기 때문에 일시적인 가격 하락이 반도체 제조 업체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현물거래가격은 반도체 업황의 선행지표로 보통 2~3개월의 간격을 두고 반도체 제조업체와 수요업체간 대규모 거래시 적용되는 고정거래가격에 반영된다. 가격이 시장에서 현물로 인도되는 제품에 먼저 반영되고 대형 계약 건에 나중에 반영되는 식이어서 시간 차가 발생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시적인 조정을 겪더라도 조정 사이클이 그렇게 길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메모리 출하량 확대 속에서 수요가 예상보다 높게 형성되면서 업황 개선과 함께 호황 국면 재진입으로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도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