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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출규제 '무리수'로 서민 주거불안 부추겨


입력 2021.10.15 15:23 수정 2021.10.15 15:26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비난 여론 들끓고 대통령까지 나서자 "전세대출 차질없이"

가계대출 억제에 매몰, 시장 부작용 고려하지 않아

"환경에 맞지 않는 규제, 오락가락 정책에 전셋값 인상 우려도"

금융당국이 전세대출에 대한 가계부채 총량규제 예외를 인정하는 것으로 결국 한발 물러섰다.ⓒ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전세대출에 대한 가계부채 총량규제 예외를 인정하는 것으로 결국 한발 물러섰다.


다음 주부터 시중은행들이 전세대출을 재개하기로 하면서 실수요자들은 한시름 덜게 됐지만, 애초부터 무리한 정책을 밀어붙여 서민 주거 불안을 되레 키웠단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15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은행연합회, 5대 시중은행 등은 14일 실수요 대출 관련 점검회의를 열고 전세대출 및 잔금대출을 차질없이 공급하는 데 합의했다.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전세대출에 대한 총량규제 예외가 인정된다.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매몰돼 실수요자의 들끓는 비난 여론에도 끄떡없던 금융당국을 움직인 것은 대통령까지 전세대출에 관해 언급한 영향이 컸다.


같은 날 문재인 대통령은 "서민 실수요자에 대한 전세대출과 잔금대출이 일선 은행지점 등에서 차질없이 공급되도록 금융당국이 세심하게 관리하라"고 지시했다. 이보다 앞서 6일에는 "가계부채 관리는 불가피하지만, 전세대출 등 실수요자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지난 8월 말부터 시중은행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대출을 축소한 지 한 달 반가량 만에 다시 정상화된 셈이다. 지난 7일 기준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03조4416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5% 정도 늘었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6.99%대까지 대출 한도는 13조5000억원가량 남았지만 전세대출이 빠지면서 은행들도 숨통을 트이게 됐다. 당장 잔금 납부 등을 앞둔 실수요자들도 한숨 돌리게 됐다.


하지만 섣불리 금융규제를 강화해 시장 혼란을 정부가 나서서 부추겼단 지적은 외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치솟은 집값과 가계대출 증가율 억제를 명분 삼아 시장을 과도하게 옥죈 탓에 이 사달이 났다는 거다.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실수요자 보호라면서 정부가 나서서 집값도 올리고 아무것도 못 하게 발을 묶고 있다"며 "대단한 규제를 풀어준 것처럼 하는데 처음부터 건드리지 않았으면 이렇게 혼선을 빚을 일도 없었을 것"이란 하소연이 잇따른다.


또 "대출규제로 시장이 안정될 거라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며 "이랬다저랬다 매번 아님 말고 식으로 정책부터 덜컥 발표하는 통에 금전적 피해를 본 서민들은 대체 무슨 죄냐"는 반응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일률적인 총량규제로 시장 안정은커녕 실수요자들의 혼란만 가중시키게 됐다는 견해다. 게다가 금융당국이 전세대출 예외 인정을 올 연말까지로 한정하면서 임대차시장 불안은 계속될 수 있단 지적도 나온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정부에선 가계대출을 관리해야 금융위기나 금융기관 부실 등을 방지할 수 있으니 거시적인 측면에선 옳은 방향이었을지 몰라도 미시적인 측면들을 너무 무시했다"며 "결과적으로 시장 혼란이나 부작용을 예측하지 못한 과오를 범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계부실로 이어질 우려가 나타나면 정부에선 어쩔 수 없이 또 전세대출 및 집단대출에 손을 댈 것"이라며 "또 대출이 자유로워지면 언제 규제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가수요가 증가할 수 있고, 규제가 풀린 만큼 전셋값을 인상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전월세 계약을 장기간 하는 수요자들은 2년마다 갱신 시점이 돌아오고 집단대출 역시 규제 발표 이전에 계약한 것인데 모두 소급적용되면서 논란을 키웠다"며 "시장 환경에 맞지 않는 규제를 무리하게 추진하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올 연말까지 총량규제에서 배제하다가 내년 초에 모두 포함하겠다고 하진 않을 것 같다"면서도 "이달 중 나올 가계부채 추가대책에 대한 내용이 드러나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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