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고공행진…드릴십 매각 유리한 환경 조성
환율 상승, 원자재가 부담 있지만 선가상승 측면에서 긍정적 영향
최근 급등하는 유가와 환율 등의 외부요인이 삼성중공업 재무구조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가져다 줄 수 있을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유가 급등으로 삼성중공업의 미인도 드릴십(시추설비) 매각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환율 상승의 경우 원자재가 상승 부담이 있지만, 선가 상승 측면에서 긍정적 영향이 클 것으로 비춰진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올 초 50달러에도 못 미쳤던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최근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서며 우상향하고 있다.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며 지난 12일 원·달러환율은 15개월 만에 1200원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고유가가 지속되면 채산성이 높아져 석유업체들의 해양플랜트 투자가 확대된다. 때문에 유가 상승 등의 변화를 조선업계는 긍정적으로 진단한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6월 미인도 드릴십 1척에 대한 용선계약에 성공하며 재고자산에 대한 불확실성을 완화했다.
드릴십은 해상에서 원유 및 가스 시추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선박 형태의 시추설비다. 2013년 수주하고 2019년 계약이 해지된 선박으로, 만들어 놓고 팔지 못해 ‘골칫덩이’로 여겨졌지만 매입 옵션이 포함된 용선 계약에 성공하며 분위기는 달라졌다. 이 계약에는 사이펨이 내년까지 드릴십을 매입할 수 있는 옵션이 포함돼 있어 매각 가능성도 열려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가장 좋은 조건에 거래를 하기 위해 용선과 매각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감과 유가상승으로 드릴십 매수 문의는 여전히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환율 상승 역시 선가가 오른다는 측면에서 호재로 비춰진다. 조선산업은 선박 수주에서 인도까지 2년가량 소요되는데, 계약 시점 대비 환율이 오르면 매출에는 긍정적 요인이 된다. 또한 원화 환산 금액이 높아지면 남아있는 드릴십 거래 시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어 재무개선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원자재가 부담을 전가할 수 있는 선박가격도 지속 상승세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9월 신조선가지수는 지난달보다 3포인트 상승한 149.1포인트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원론적으로 원‧달러 환율 상승 시 원가 측면에서 부담이 있지만, 선가 상승 측면에서 본다면 호재”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중공업은 부분 자본잠식을 해소하기 위해 재무구조 개선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앞서 무상증자 실시했으며 현재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계획 중이다. 유상증자 완료시 부채비율은 321%에서 21년 말 198%로 낮아지게 된다. 이렇게 확보된 자금 중 일부는 차세대 친환경 선박 개발과 스마트 야드 구축 등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활용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