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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배 '오락가락' 해명, 구속 자초하나…남욱 구속여부는? 정영학은 어디에?


입력 2021.10.14 05:05 수정 2021.10.14 08:45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오늘(14일) 오전 10시 30분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수일 내 귀국" 남욱 구속여부 관건…정영학 거취는 '오리무중'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지난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출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법원의 판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장동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김씨는 신빙성이 떨어지고 앞뒤가 안 맞는 '오락가락' 해명만 잇따라 내놓으면서 구속 수사를 자초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문성관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4일 오전 10시 30분 김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의혹 사건 전담수사팀은 김씨에게 뇌물 공여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는 김씨 등이 정치인과 법조인 등에 로비 명목으로 350억원을 사용했으며, 당시 성남시의회 의장에게 30억원을, 의원에게 20억원을 전달한 정황 등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달 초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측근인 정민용 변호사의 자술서에도 김씨의 로비·횡령 정황이 구체적으로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증거에도 불구하고 김씨는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특히 김씨는 '정 회계사가 녹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일부러 허위 사실을 이야기했다'며 녹취록에 담긴 자신의 발언은 사실이 아니라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해명을 내놨다.


또한 녹취록에는 화천대유가 100% 소유한 천화동인 1호의 배당금을 두고 김씨가 "절반은 그분 것"이라고 언급한 사실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분'이 더 높은 윗선을 언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자 김씨 측은 입장문을 내고 "그와 같은 말을 한 사실이 전혀 없고, 사실과도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러던 김씨는 지난 12일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오면서 취재진을 만나 '그분 것'이라고 한 발언을 인정하면서 "더 이상의 구(舊) 사업자 갈등은 번지지 못하게 하려는 차원에서 그리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발언을 한 사실이 전혀 없다는 기존의 입장과는 명확히 상반된다.


아울러 김씨는 2019년 7월 16일부터 지난해 8월 21일까지 대법원 청사를 총 9차례 방문했고 이 가운데 8차례 방문지를 '권순일 대법관실'로 적었다. 김씨는 "편의상 그렇게 쓰고 실제로는 대법원 구내 이발소를 갔다"며 실제로 대법관실에 방문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대법원은 김씨가 말한 방식으로는 청사에 들어가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방문 이유를 놓고 의구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선거법 위반 사건이 대법 전원합의체에 회부되는 것을 전후해 모종의 역할을 하지 않았느냐는 의혹과 맞물려 있는 대목이다.


지난달 29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화천대유자산관리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법조계는 이처럼 김씨가 각종 의혹을 둘러싼 사실관계를 놓고 말을 바꾸거나 석연치 않은 해명을 내놓은 점이 영장 발부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구속영장을 발부할 때는 사안의 중대성, 증거인멸 우려, 도주 우려 등을 고려하는 데 김씨의 일관적이지 못한 태도는 증거인멸 및 말맞추기 우려를 높인다는 것이다.


참고할만한 전례도 있다. 이달 초 서울중앙지법은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의 또 다른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본부장에 대해 "증거 인멸 및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유 전 본부장이 검찰의 압수수색 직전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던지고, 검찰의 1차 소환에 응하지 않은 행동 등이 영장 심사에서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김씨의 구속 여부가 결정된 뒤에는 대장동 의혹의 또 다른 '키맨'으로 꼽히는 남욱 변호사의 거취도 관건이다. 남 변호사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수일 내로 귀국해 성실하게 조사 받겠다"며 대장동 의혹의 실체와 실소유주 논란에 대해 밝힐 것이라고 예고했다.


남 변호사는 대장동 의혹이 본격화되기 전 미국으로 출국했다는 점에서 법원이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다만 남 변호사는 미국으로 출국한 것은 도주 의도가 아니었고 향후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강조한 만큼 구속 여부를 예단하기는 힘들다. 결국 그가 귀국 및 검찰 출석 과정에서 보여주는 태도와 첫 조사에서 내놓는 진술의 신빙성 등이 구속 여부를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대장동 의혹의 또 다른 핵심 인물로 꼽히는 정영학 회계사의 거취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정 회계사는 지난달 문제의 녹취록을 검찰에 제출한 뒤 사건이 본격화 돼도 언론 등 외부에 일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정씨를 보호하고 있을 가능성을 거론한다. 대형 범죄를 내부 고발한 정 회계사가 신변상 위협을 느낄 수도 있고 의혹 관련자와 접촉해 진술이 오염될 수 있는 만큼 이를 막고 수사에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 외부의 접근을 차단했다는 관측이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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