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엘시티로 대장동 게이트 역공
"권한 생기면 재조사해 감옥 보낼 것"
송영길도 동조 "의혹 다 안 밝혀져"
文 정부 적폐청산 때도 거론 않더니 '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가 ‘엘시티 게이트’를 거론하며 국민의힘을 비난하고 나섰다. 이 후보의 주장을 받아 민주당 지도부도 엘시티 의혹을 제기하며 대야 공세에 나섰다. 국민의힘이 연일 대장동 게이트를 띄우며 이 후보를 공격하자 다른 이슈를 꺼내들어 역공에 나선 셈이다.
엘시티 문제를 본격적으로 끌어올린 것은 지난 2일 민주당 부산·울산·경남 경선에서다. 이 후보는 정견발표에서 “부패정치세력과 결탁한 토건세력이 온 나라를 ‘불로소득 공화국’으로 만들었다”며 “부산 엘시티에서도 국민의힘과 토건세력이 손잡고 1조원 이상 개발이익을 깔끔하게 나눠먹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제가 부산시장이었다면 부산시에 확정이익을 가장 많이 주는 사업자를 선정해 사업권을 주었을 것이고, 그랬으면 최소한 수천억 원은 부산시민 몫으로 환수했을 것”이라며 “토건세력과 유착한 부패정치인들이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온 국민을 절망시키는 세상, 반드시 끝내겠다”고 호소했다.
5일 서울지역 공약 발표에서도 이 후보는 부산 엘시티 사건을 재차 거론하며 “그걸 조사하면 천지가 개벽할 일이 벌어질 것”이라며 “제게 권한이 생기면 재조사해서 전부 다 감옥에 보낼 생각”이라고 했다. 대통령이 된다면 엘시티 사건을 다시 조사해 연루자들을 모두 처벌하겠다는 뜻이었다.
민주당 지도부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송영길 대표는 6일 엘시티 게이트를 ‘최악의 부정부패 사건’으로 규정한 뒤 “부산시는 도시계획까지 변경해가며 초고층으로 인허가를 내주는 바람에 민간 기업이 앉은 자리에서 1조원을 벌어들였다”며 “분양 과정에서 지방 토호들과 유력자들에게 특혜 보장과 뇌물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엘시티 사업은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백사장 근처에 관광객 유치 목적 리조트를 짓기로 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사업 중 고수익이 가능한 초고층 주거용으로 용도변경이 되는 등 각종 규제가 풀리면서 정관계 로비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검찰은 엘시티 비리 특별 수사팀을 편성해 2017년 3월까지 수사를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배덕광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 등이 유죄를 선고받았다. 주로 야권 인사들이 수사 물망에 올랐지만, 일부 여권 인사들이 연루됐다는 소문도 끊이지 않는 등 논란이 컸고 수사는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이에 당시 여야 모두 “수사가 미진하다”고 비판하며 특검을 주장했으나, 대선 정국에 묻히고 말았다. 이후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광풍 속에서도 엘시티 사건이 재조명되는 일은 없었다. 지난 3월 부산시장 재보선 당시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의 엘시티 특혜 분양 의혹이 일자, 민주당이 ‘특검’ 카드를 꺼냈으나 실제 이뤄지진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호사가들 사이에서는 여권에서도 엘시티 특검이나 재수사를 원치 않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대장동 의혹을 ‘국민의힘 게이트’라 명명하면서도 정작 특검 수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가 대장동 의혹에 대해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입장을 낸 시기가 엘시티 문제가 거론된 직후라는 점도 공교로운 대목이다.
물론 청와대는 어떠한 확대 해석도 부정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도 대장동 의혹 관련 “엄중하게 생각하고 지켜보고 있다는 말을 다시 한번 드린다”고 했다. 야권의 대장동 특검 요구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그런 얘기가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엄중하게 생각하고 지켜보고 있다는 말로 갈음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