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양가 관리제도 및 분상제 제도 개선 기대감 반영
하반기 분양 계획 재건축 단지, 줄줄이 내년으로 일정 변경
청약과열·공급부족 등 부작용 지속, 서민 주거안정 '글쎄'
서울 강남권 주요 정비사업장이 분양 일정을 놓고 고민하는 모습이다. 당초 올 하반기 분양을 계획했으나 정부가 고분양가 관리제도 및 분양가상한제 손질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다.
다만 시장에서 원하는 대폭 완화된 개선안이 마련되거나, 혹은 그 반대의 경우에도 무주택자의 주거불안을 해소하는 데는 전혀 기여하지 못할 거란 평가가 나온다.
24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추석 이후 연말까지 분양예정 물량은 11만4988가구다. 월별 분양물량을 보면 10월 3만6641가구, 11월 2만2472가구, 12월 5만5847가구가 각각 공급될 예정이다.
물량 자체는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서울 분양물량이 예년보다 많다. 서울에서는 연말까지 2만3695가구가 풀릴 전망이다. 다만 정부가 최근 고분양가 관리제도와 분양가상한제 제도 개편을 예고하면서 실제 계획대로 분양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이달 중 HUG의 고분양가 관리제도 개선안을 발표하고 분양가상한제 제도 개선안도 조만간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단기간 공급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뒤늦게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정비업계에선 규제 완화 정도나 개편안 적용 시점 등에 따라 분양 일정을 앞당길 수도, 늦출 수도 있단 관측이 나온다. 실제 연내 분양을 계획한 강남권 대규모 정비사업 단지들은 이를 염두에 두고 분양 일정을 조율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분양가 책정을 놓고 난항을 겪던 서울 서초구 일원 '래미안 원펜타스'(641가구)와 송파구 '잠실진주'(2636가구) 등은 최근 분양 일정을 내년으로 연기했다. 시공사인 삼성물산은 오는 11월 분양을 계획했으나 인허가 등의 문제로 일정이 지연됐단 설명이다.
이들 두 단지의 일반분양 물량은 각각 263가구, 564가구 등이다. 일반분양분이 많지는 않지만 모두 전용 85㎡ 초과 물량의 절반이 추첨제 물량으로 배정돼 가점이 낮은 무주택자들의 관심이 높았다.
방배5구역을 재건축하는 '디에이치 방배'(3080가구) 역시 내년으로 분양 일정이 늦어질 전망이다. 일반분양 물량만 1686가구에 달하는 만큼 내 집 마련을 기대하던 수요자들이 많았지만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이밖에 '청담르엘'(1261가구), '신반포 메이플자이'(3307가구) 등의 하반기 분양도 불투명하다. 이들 다섯 사업장의 일반분양 물량을 더하면 총 2901가구에 이른다.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는 수준으로 완화 규제가 마련될 경우, 조합원들의 요구를 충족하는 만큼 공급은 계획대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금융당국이 대출을 옥죄는 만큼 실수요자들의 청약 문턱은 높아지게 된다.
반면 정부가 고분양가 관리를 위한 규제 강화 기조를 유지하면서 일부 개선안을 마련할 경우, 서울의 공급 고갈에 따른 전세난 등 시장 불안은 계속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시세차익을 노린 청약 과열 현상도 지속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어느 쪽을 택하더라도 집값 상승 및 전세난 등 부작용을 해소하긴 힘들 거란 견해다. 청약으로 내 집 마련을 기대하는 무주택자들의 상실감만 키울 거라고 입을 모은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분양가 관련 규제가 공급 부족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긴 하지만 분양가 규제 하나만 손질하는 것으로 공급이 늘지 않는다"며 "일관성 있게 제도를 밀어붙이겠다면 이 밖에 각종 인허가 및 재초환 등 겹겹이 규제를 풀어주는 등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 소장은 또 "체계적으로 공급 부족에 대한 원인 분석을 제대로 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걷어내야 하는데 어설프게 제도를 손질했다가 자칫 분양가 상승만 부추기게 될 것"이라며 "조합 입장에선 내년 대선을 앞둔 데다 재초환 부담도 작용해 분양 일정을 앞당길 이유가 없다. 관련 규제 완화로 무주택자에게 돌아갈 기회가 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