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산업 2030년 10조 달러 성장
국내 최초 물산업 총괄 기관 역할
연구개발·사업화 넘어 해외 진출
인력 양성 포함 ‘One-Stop’ 지원
최근 세계는 급변하는 물결 속에 다양한 생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등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중립, 감염병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한 비대면 문화 확산, 디지털 첨단 기술을 접목한 4차 산업혁명 등 저마다 시장 선점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공공기관들 역시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 중입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공공기관 역점 사업에 대한 관심은 크게 줄어든 상황입니다. 데일리안이 기획한 [D:로그인]은 공공기관의 신사업을 조명하고 이를 통한 한국경제의 선순환을 이끌어내고자 마련됐습니다. 네트워크에 접속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로그인]처럼 공공기관이 다시 한국경제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조명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놓은 ‘2030년 사회기반시설 전망’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 세계 물분야 투자는 10조 달러(약 1경184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8조2000억 달러)과 교통(5조4000억 달러), 전기(4조2000억 달러)보다 많다. 한국수출입은행 조사에 따르면 물산업은 석유와 자동차, 전력, 정보기술(IT) 다음으로 규모가 큰 산업이다.
물산업 성장의 중심에 선 물클러스터
대구시에 위치한 국가물산업클러스터(이하 물산업클러스터)는 국제 경쟁력이 취약한 우리나라 물산업의 핵심·원천 기술을 개발하고 관련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만든 산업집적단지(클러스터)다.
국내 최초로 물산업 관련 기술·제품 개발 단계부터 실증시험, 성능 확인, 해외 진출까지 통합 지원하는 시설이다. 국가 주도로 물산업에 대한 연구개발과 기술검증을 진행하고 이 과정에서 실적을 확보, 이를 사업화해 관련 기업들을 해외로 진출시키는 게 최종 목표다.
14만5000㎡ 규모 물산업클러스터는 2019년 9월 4일 개소했다. 총사업비 2409억원을 투입해 물산업 관련 연구개발(R&D)부터 기술검증, 창업, 국내사업화, 해외 진출까지 ‘One-Stop System’을 실현 중이다.
운영 주체는 한국환경공단이다. 현재 90개 관련 기업이 입주해 애초 목표 초과 달성한 상태로 입주기업에는 혁신형 물기업 9개사, 그린뉴딜 유망기업 3개사도 포함돼 있다.
물산업클러스터는 개소 2년 만에 220억원 규모 국가연구개발 과제 4건을 입주기업과 공동 수행하는 성과를 거뒀다. ▲취수원 생태계 고도화를 위한 스마트 수처리 산업 육성(5년·110억원) ▲상수관망 고정밀 원격모니터링 및 노후도 예측 기술개발(4년·40억원) ▲상하수도 기자재 에너지 소비율 평가기법 개발(3년·27억원) ▲정수처리 자동제어 및 운영유지관리 기술개발(6년·43억원)이다.
입주 기업을 대상으로 지식재산권 출원등록, 시험분석 등을 지원해 10개사 가운데 6개사가 1년 만에 매출 10억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또한 우수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고용노동부로부터 6년간 총 100억원을 지원받아 공동훈련센터를 운영 중이다. 공동훈련센터는 11개 과정에서 해마다 360명의 전문 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인력과 함께 우수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도 발굴해 전방위 지원한다. 그동안 68개 입주기업에 총 1412건의 시료 실험분석 결과를 제공했다.
입주기업의 해외진출 지원도 물산업클러스터의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다. 그동안 31개 입주기업을 중심으로 국내 물기업과 해외 구매자(바이어)를 연결해 온라인 수출 상담을 지원해 왔다. 특히 대기업과 입주기업 간 동반 해외 진출을 성사시켜 상생발전 대표사례를 만들기도 했다.
그동안 물산업이 유망한 중동 지역을 대상으로 여러 차례 상담회를 진행했고 올해부터는 중국과 서남아시아, 유럽지역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시범사업으로 추진한 통합형 정수처리 시설 경우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등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입주기업 총매출액이 982억원을 기록했다. 수출액은 79억원을 달성했다. 전문인력도 76명을 신규 고용하는 등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래지향적 사업으로 기업 안정화 꾀한다
물산업클러스터는 지난 16일 열린 2021년도 제3차 국가 물산업 진흥포럼에서 개소 2년을 맞아 ‘5대 미래 발전 전략’을 내놓았다.
먼저 물기술 패러다임 전환 지원이다. 물산업클러스터는 앞으로 스마트 상하수도 관리체계 구축을 목표로 스마트 물관리, 지방 상수도 현대화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국형 디지털 물기술 발굴, 실증 플랜트 운영자료 실시간 공개, 실증 플랜트 자산관리 도입 등으로 한 단계 진화한 물관리 기술을 선보인다는 각오다.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에너지 저감 기술 사업화도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신재생에너지 생산기술 발굴을 확대하고 물산업 핵심 소재·부품·장비 국산화에도 지원을 늘릴 방침이다.
다음 단계로 물기업이 자유롭게 실증할 수 있는 시설 필요 클러스터 시설 고도화를 진행한다. 실증 플랜트 제어계측설비를 개선하고 운영자료 실시간 공개와 빅데이터 기반 신사업 발굴, 실증 플랜트 CPS(가상물리시스템) 도입 등을 계획 중이다.
물기술 패러다임 전환과 실증시설 고도화에 이어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에도 힘을 쏟는다.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진출국 기준의 인·검증이 필요한 만큼 물기술 성능검증 통합지원센터를 통해 필요한 기술을 뒷받침할 계획이다. 해당 진출국의 인·검증 정보를 수집하고 물산업클러스터 내 실증시설을 활용해 사전 적합성 검토를 거치는 방식이다.
민·관 통합형 해외 진출 지원 플랫폼 구축 계획도 내놓았다. 물산업클러스터가 실증화 시설 제공과 성능평가 브랜드 개발, 국제행사 공동개최 등을 통해 국내와 해외 네트워크를 잇는 역할을 한다.
구체적으로 대기업과 설계사, 입주기업을 중심으로 ‘대·중소기업 One-Team 사업추진단’을 꾸린다. 중소 기자재 업체와 부품 생산자 간 협력사업을 발굴하고 공동기술개발, 국제기술대전, 공동 전시회 등을 열어 해외시장 진출을 돕는다.
네 번째 전략은 물산업 특화인력 양성이다. 통합물관리 특성화 대학원을 신설해 신진연구인력을 키우는 내용이다. 특성화 대학원에서 시공과 설계, 공법 등 기업 직군별 표준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기업 수요 맞춤형 교육을 하게 된다.
특화인력 양성과 함께 국제 인적 네트워크 구축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친한(親韓) 인재 육성사업을 통해 미래 고객 네트워크를 만들고 공무원·공공기관 초청 연수, 교환 근무, 석·박사급 인력양성·교류 등을 통해 해외 시장 인력망을 촘촘하게 만들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물산업 지원체계를 한 단계 강화한다. 그동안 사업별 전후 지원 연계가 부족했다는 자체 판단에 따라 부서별 기술개발에서 사업화 지원까지 종합 추진하는 ‘물기업 성장지원센터’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고효율 기자재나 처리 시간 단축 기술, 운영비 저감 기술 등 물산업클러스터가 성능을 검증한 제품은 브랜드를 만들어 신뢰도를 높여나갈 예정이다.
더불어 물산업클러스터 내 입주기업 사무공간을 효율적으로 개편하고 다중 언어 안내 시스템도 구축한다. 각종 통계와 시장정보를 상시 제공하는 한편 우수제품 판로개척지원, 인력 채용 포털, 미래형 학습시스템까지 ‘One-Click 기업 지원시스템’도 마련할 계획이다.
물산업클러스터는 이러한 미래발전전략과 함께 홍보전시관 설립, 메타버스·가상현실(VR) 활용 홍보 등에도 힘을 쏟을 방침이다.
물산업클러스터는 “매년 평균 4.2%의 성장률을 보이는 세계 물시장에서 국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육성하고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시설로 일자리 1만5000개, 세계 최고 수준의 신기술 10개 육성, 수출 7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혁신을 선도하는 세계 물산업의 중심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알짜 입주기업들 “불편한 정주여건, 인재채용 어려워”
지난 14일 지능형 수질계측기를 생산하는 (주)썬택엔지니어링은 신입・경력사원 면접으로 분주하게 움직였다. 썬택엔지니어링은 부산에서 시작한 중소기업이다. 2년 전 물클러스터가 대구에 조성되자 주저없이 본사 이전을 선택했다.
손창식 썬택엔지니어링 대표는 “그동안 물산업은 전국에 흩어져 있어 상호 시너지를 내기에는 많이 부족했다”며 “물클러스터는 이런 기업들간 연계를 강화하고 공공기관의 높은 신뢰성을 바탕으로 기술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손 대표는 이어 “초창기 물클러스터 입주기업이라는 자부심으로 물기업들에게 클러스터 입주를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본사나 공장을 이전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그럼에도 물클러스터를 소개하는 것은 분명한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썬택엔지니어링은 물클러스터로 이전한 후 매출과 인지도가 수직 상승했다. 이전까지 연매출이 70억원 수준이었는데, 대구 이전 후 15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여기에 지난해 6월 환경부에서 지정한 ‘혁신형 물기업’ 인증도 받았다.
그러나 물클러스터 입주기업들 고충도 만만치 않다. 가장 어려운 것이 정주여건이다. 물클러스터에 들어오는 대중교통은 버스노선 1개가 전부다. 시간대도 간격이 커 실제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직원들이 많지 않다.
이날 썬택엔지니어링의 면접에서도 이런 애로사항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부산에서 대구로 본사 이전할 당시 회사를 그만둔 직원들도 상당수 발생했다. 이렇다보니 인재채용이 절실하다. 정주여건만 갖춰져도 인재채용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것이 손 대표의 생각이다.
각종 실험장비 등을 구축하는 예산도 턱 없이 부족하다. 입주기업들이 기술 실험을 할 수 있는 장비가 적기에 들어오지 못하면서 생산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유체성능시험센터다. 이 센터는 당초 물클러스터와 함께 유치될 예정이었는데 예산문제로 2년째 답보 상태다.
대구시에서는 센터 건립이 물클러스터 입주기업들의 해외 진출에 반드시 필요한 테스트베드라는 입장이다. 유체성능시험센터는 밸브・유량계・펌프시설 등 물 관련 기자재 성능을 검증하는 설비다. 현재 한국수자원공사가 센터를 가동중이지만 95% 이상 자체 용도로 활용 중이다.
대구시가 센터를 건립하겠다는 목표도 올해까지다.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공사에 들어가야 했다. 하지만 이미 2년째 첫 삽도 뜨지 못했다.
이정곤 입주기업협의회장(그린텍 대표)은 “이미 부지도 마련돼 있는데 정부 예산이 반영되지 않아 2년째 공터로 남아 있다”며 “물클러스터 입주기업들이 대부분 중소기업이어서 성능테스트 시설을 기업이 갖추기는 어렵다. 국가 차원에서 서둘러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 [D:로그인④]은 10월 4일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