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SK배터리(가칭) 출범…"다양한 투자재원 확보방안 검토"
LG엔솔, 내달 상장 결정 여부 '촉각'…전기차 리콜 변수될 듯
美 투자 준비중인 삼성SDI, 후보지역 일리노이·미시건 등 물망
글로벌 장악력을 확대해나가고 있는 국내 배터리사들에게 있어 10월은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에서 분리되는 SK배터리(가칭)는 10월 1일부로 공식출범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기업공개(IPO) 여부를 다음달까지 결정하기로 했다. 미국 완성차업체 스텔란티스와의 협력이 예상되는 삼성SDI도 미국 배터리 시장 진출을 조만간 구체화할 예정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6일 오전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배터리사업과 석유개발사업(E&P) 분할 안건을 모두 통과시켰다. 분사안 의결로 SK배터리와 SK E&P는 내달 1일부로 각각 독립법인이 된다.
업계는 수 십년간 공들여온 SK의 배터리 사업이 최근 들어 결실을 맺기 시작한 만큼 이 사업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SK배터리는 출범 이후 글로벌 단위로 진행되고 있는 시설 투자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SK는 ‘1테라와트+α’ 규모의 배터리 수주잔고를 확보하고 있으며, 이를 소화하기 위해서는 연간 조 단위의 자금이 필요하다.
SK이노베이션은 생산능력을 2023년 85GWh에서 2025년에는 200GWh, 2030년에는 500GWh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중장기 로드맵을 제시한 데 이어 에너지저장장치(ESS), 플라잉 카(Flying car), 로봇 등 새로운 배터리 적용 시장을 확장하며, BaaS 플랫폼 사업 등 새로운 성장 동력의 실행도 가속화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이 같은 중장기 계획이 제대로 이행되기 위해서는 적기 투자가 필수적이다. 업계는 새롭게 출범하는 SK배터리가 조만간 기업공개(IPO)를 진행해 대규모 투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한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 역시 주총 당일 인사말을 통해 "앞으로 양적·질적확장을 위해서는 투자 재원의 적기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IPO 시점에 대해서는 "제대로 가치를 인정 받을 수 있는 시점에 하겠다"면서 당장 속도를 내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업계는 SK배터리가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안정적인 이익 창출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는 한편 조인트벤처·파트너링 및 전략적·재무적 투자자 유치 등 다양한 투자재원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한다.
LG에너지솔루션도 다음달 기업공개(IPO) 결정 여부에 따라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30일 "GM(제너럴모터스) 리콜 조치 방안,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면밀히 검토한 후 연내 상장 완료를 목표로 IPO를 지속 추진할지 여부에 대해 10월까지 결정해 시장과 소통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GM이 전기차 볼트에 대해 2조원대 규모의 대대적인 리콜 계획을 발표하면서 배터리를 공급한 LG에너지솔루션에 불똥이 튀었다. 이는 하반기 IPO를 앞둔 LG에너지솔루션이 적정 기업가치를 평가받는 데 악영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로 이어졌다.
GM은 리콜을 발표하며 "배터리셀에 음극 탭 결함 및 분리막 접힘 등 희귀한 2가지 제조 결함이 동시에 존재할 가능성이 발견된다"고 했다. GM은 '배터리셀 제조결함'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배터리 제조사에 원인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LG에너지솔루션은 LG전자·에너지솔루션, GM 3사가 공동으로 원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에 기반한 최종 리콜 조치 방안이 신속하게 도출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했다.
리콜 원인 및 비용 부담 등이 명확하게 가려지는 대로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불확실성도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이슈가 긍정적으로 해결되면, 미뤄진 코스피 상장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7월 말 기준 180조원의 수주 잔고를 보유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은 이를 소화하기 위해 연간 3조원 이상의 대규모 시설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도 초격차 전략으로 글로벌 배터리 기업 1등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선 적기 투자가 필수적인 만큼 시장으로부터 적정한 사업가치를 평가 받아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 진출을 검토중인 삼성SDI는 올해 안으로 최종 지역을 확정할 지 관심이다.
손미카엘 삼성SDI 전략마케팅 전무는 8월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2025년부터 전기차와 주요 부품에 대한 역내 생산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삼성SDI도 시기적으로 늦지 않게 미국 진출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후 로이터는 삼성SDI가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Rivian)에 1조, 세계 4위 자동차업체인 스텔란티스에 3조원 규모의 배터리를 공급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스텔란티스는 이탈리아·미국이 합작한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프랑스 자동차 그룹 PSA가 합병한 회사로, 지난 7월 글로벌 배터리 업체와의 합작 형태로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유럽 3개국과 북미에 총 5개의 배터리 공장을 건설한다는 구상을 공개했다.
스텔란티스가 전기차 전환 작업에 속도를 내겠다고 한 만큼 북미 공장의 파트너사로 삼성SDI가 낙점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미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SK이노베이션은 포드와 합작공장 등을 설립하는 방식으로 미국 투자를 확대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배터리 투자가 확정되면 삼성SDI로서는 처음으로 미국에 진출하게 되며, 국내 배터리 3사 모두 미국에 배터리셀 생산공장을 두게 된다. 삼성SDI는 미시간주에 배터리 공장이 있지만 배터리셀을 직접 생산하지 않고 셀을 들여와 팩·모듈 조립만 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스텔란티스, 리비안은 2025년까지 미국 내 30GWh 전후 생산능력을 확보할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폭스바겐 역시 차세대 원통형 전지를 탑재할 모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삼성SDI의 추가 수주 기회가 열려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