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대통령, 부적절한 실언…언동 심사숙고해야"
靑 "언급하지 않겠다"…침묵 속 의도·동향 파악
청와대가 16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문재인 대통령 비난 담화와 관련, 반응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자칫 대응 입장을 냈다가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 부부장은 전날 밤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문 대통령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참관 및 발언을 비난했다. 김 부부장은 "남조선의 문 대통령이 '우리의 미사일 전력은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기에 충분하다'라는 부적절한 실언을 했다"며 "한 개 국가의 대통령으로서는 우몽하기 짝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 부부장은 이어 "대통령이 기자들 따위나 함부로 쓰는 '도발'이라는 말을 망탕 따라 하고 있는데 대해 매우 큰 유감을 표시한다"며 "매사 언동에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임기 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불씨를 되살리려는 청와대 입장에서 북한을 굳이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의도로 읽힌다.
유엔총회를 앞둔 시점이라는 것도 '무대응' 요인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차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대화와 협력 노력을 지속해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긴급 소집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가 "정세 안정이 긴요한 시기에 이뤄진 북한의 연속된 미사일 발사 도발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는 수준의 입장을 낸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김 부부장이 이전과 달리 비난 수위를 조절했다는 점을 주목하는 분위기다. 김 부부장은 문 대통령에게 '대통령'이라는 직함으로 형식을 갖추기도 했다.
김 부부장은 지난 3월 16일 문 대통령을 향해 "판별능력마저 완전히 상실한 떼떼(말더듬이)라고 조롱했고, 2주 뒤인 3월 30일에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비판한 문 대통령에게 "미국산 앵무새" "실로 뻔뻔스러움의 극치"라는 등 막말을 서슴지 않아 왔다.
이에 청와대는 김 부부장 담화의 의도를 파악하는 한편, 북한의 향후 대응 등에 대해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