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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자금 확보 '빨간불'…줄잇는 유증 청약 미달


입력 2021.09.13 06:00 수정 2021.09.10 17:46        황인욱 기자 (devenir@dailian.co.kr)

두산인프라 6천억원 유증 예고

현대건설 우리사주 청약률 26%

전문가 "유증 주가 희석 유발"

두산인프라코어 소액주주들이 지난 10일 경영진 규탄 퍼포먼스하고 있다.ⓒ연합뉴스

유상증자 청약 미달 상장사가 속출하고 있다.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데 자금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유상증자도 불만인데 자금 확보 실패로 주가 하락 우려가 커지자 소액주주들은 발을 구르고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두산인프라코어 소액주주들은 회사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막기위해 집단행동에 들어갔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날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주식 액면가를 5000원에서 1000원으로 낮추는 5대 1 무상감자 안건을 통과시켰다. 채무상환자금 등 6100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유상증자도 결정했다.


앞서 지난달 25일 두산인프라코어는 현대제뉴인이 진행한 첫 통합 기업설명회(IR)에서 무상감자와 함께 연내 최대 8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유상증자는 주가를 하락시키는 경우가 많다. 유상증자는 자본총계와 함께 주식수도 같이 올린다. 주당수이익(EPS)과 DPS(주당배당금)가 감소하고, 주가수익비율(PER)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은 하락해 주가의 매력을 떨어뜨린다.


소액주주들은 이번 유상증자에 대해 "금전착취"라는 말까지 썼다. 현대제뉴인이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법인세 2000억원과 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지분 인수 비용 2000억원 등을 마련하기 위해 실시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유상증자는 생각보다 큰 주가 희석효과를 유발할 것"이라며 "예상보다 큰 증자 규모를 반영해 목표주가를 1만9000원에서 1만4400원으로 하향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두산인프라코어 소액주주만 화난게 아니다. 최근 상장사들이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쏟아내고 있는 데 청약 미달 사례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유상증자라도 확보한 자금이 유용한 데 쓰인다면 기대감에 주가가 상승하기도 하지만 청약 미달은 기대감을 꺾는다.


지난주 드래곤플라이는 334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섰지만 청약률은 47.7% 그쳤다. 모집물량 1700만 주 중 811만9665주에 대한 매수주문만 들어왔다.


현대건설은 총 200만주 규모의 기명식 우선주 주주배정 방식 유상증자를 실시했는데, 우리사주조합에 우선배정된 40만주 중 청약 주문이 들어온 건 10만4091주에 불과했다. 청약률은 26.02%다. 임직원에게도 외면받으며 다음달 진행될 예정인 구주주 청약 결과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쎄미시스코는 3자배정 유상증자 5건 중 4건을 철회했다. 철회되는 4건의 유상증자 규모는 약280억원으로 추산된다.


코드네이처는 지난달부터 총 3차례의 유상증자를 진행했는데, 총 발행 수 대비 40.8%에 해당하는 물량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거듭된 유증 실패로 코드네이처는 이달 들어서만 16.40% 하락했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기본적으로 유상증자는 회사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다"며 "재무구조가 좋지 않은 회사의 차입금이 줄어든다면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주식의 유통 물량을 늘린 후 주가가 오르려면 확실한 모멘텀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황인욱 기자 (deveni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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