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및 생계형 대출자들 직격탄
일방적 강행보다 세심한 접근 필요
NH농협은행發 대출 중단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농협은행을 필두로 우리은행, SC제일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을 전면 중단 또는 축소하기 시작했고 신용대출도 한도를 대폭 낮췄다. 마이너스 통장 대출은 최대 한도 1억원인 곳은 농협은행을 제외하고 찾아보기 어려운 지경이 되었다.
사상 유례없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부응하기 위해 은행들은 대출 금리도 높이는 중이다. 우대금리 혜택을 축소시켜 대출 장벽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배경에는 18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 자산시장 가격 쏠림 등 금융불균형 누적이 자리잡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금융당국의 조치로 애꿎은 실수요자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충분한 소통 없이 강행한 일방적 규제는 생계형 대출자들의 패닉을 불러일으켰다. 당장 8~9월 이사철을 앞둔 세입자들과 3기 신도시 사전 청약대기자들의 울분 섞인 토로가 곳곳서 들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용대출까지 막힐까 하는 염려에 마이너스 통장 개설이 되려 폭증했으며, 내년 대출까지 알아보는 차주들의 문의가 빗발치는 상황이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서민들에게 떠넘긴다는 전문가들의 뼈아픈 쓴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무조건적인 대출 총량만 줄이고 조이는 방식에서 벗어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세심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 가계부채 급증은 저금리 기조 속 잡히지 않는 부동산 집값이 가장 큰 원인이다. 작금의 방식은 고도비만인 아이의 체중을 잡기 위해 식단 조절 등의 근본적 접근 대신, 아예 굶겨버리는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최근 고승범 신임 금융위원장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첫 회동을 갖고, 가계부채 억제와 자산가격 과열에 긴밀하게 대응키로 의기투합했다. 5년간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솥밥을 먹은 두 수장의 만남에 언론과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부디 회동장에서 보여주었던 찰떡궁합과 화기애애함이 실효성 있는 가계대출 대책으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