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도 한몫…'딸배'라고 욕하면서도 음식 늦으면 화내"
"배달 건수 많지만 플랫폼 수수료 턱없이 낮아…짧은 시간에 돈 벌려다 사고"
"코로나로 학교 안가는 학생들, 돈 번다고 배달업계 뛰어들어…운전미숙 사고 빈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배달 수요가 급증하면서 오토바이 배달기사들의 사고도 급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건당 수수료를 받는 구조와 고객들이 평점을 통해 빠른 배달을 독촉하는 분위기 등이 라이더들의 위험한 운전을 독려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 통계에 따르면 이륜차(오토바이) 사고 건수는 지난 2018년 1만7611건부터 2019년 2만898건, 2020년 2만1258건으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다.
위대한 라이더유니온 쿠팡이츠협의회장은 "배달 플랫폼 업체들마다 번쩍배달, 로켓배달 등 빠른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며 시간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이 압박이 고스란히 배달 기사들에게 전가되고 라이더들도 지정시간까지 전달해야한다는 압박으로 급하게 주행하다 보니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위 회장은 이어 "구조적인 문제로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가 한몫을 하고 있다. 교통 법규를 위반하는 배달 기사들을 비하하며 약칭 '딸배'라고 부르면서도, 본인들이 음식 배달을 시켰을 때 늦게 오면 엄청나게 화를 내는 상황 등이 사고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수 배달의 민족 라이더스 지회장은 "플랫폼 업체들은 배달 한 건의 수수료를 터무니없이 낮은 단가(최저2500-3000원)로 책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배달 기사들이 짧은 시간 안에 돈을 더 벌기 위해 무리하게 운전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배달 기사가 대폭 증가하면서 돈을 벌기 위해 무작정 업계에 뛰어든 운전 초보자나 미성년자 학생들이 늘어난 것도 사고 증가 원인으로 꼽힌다. 부족한 운전 경험과 도로상황에 대한 미숙한 대처로 사고 발생 가능성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배달원 수는 39만 명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11.8%나 증가했다. 아울러 배민라이더스 기사들이 쓰는 어플리케이션 접속자도 지난해 7월 1만5000명에서 올해는 20만명으로 대폭 늘어났다.
김 지회장은 "어린 학생들이 면허를 취득해 배달업계에 쉽게 뛰어들며 미숙한 운전에 사고가 더 늘어났다"며 "학생들이 코로나19와 방학 등으로 학교를 안 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배달 아르바이트에 접근하게 되는데 배달 아르바이트가 다른 아르바이트보다 배로 돈을 더 벌 수 있기 때문에 쉽게 그만두지 못한다"고 전했다.
이륜 자동차 운전면허는 국내 면허법상 만16살 이후로 취득이 가능해 어린 학생들이 배달업계에 쉽게 뛰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지회장은 또 "신호 대기시 신호를 받고 출발해야 하지만 횡단보도 앞쪽, 정지선 바깥쪽에 서서 신호를 대기하는 배달 기사들의 위험한 운전 습관이 사고를 발생시키고 있다"며 "어린 친구들은 젊은 혈기와 멋 등을 이유로 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채 타는 것도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위 회장도 "기존에 오토바이를 타지 않던 분들이 생계를 위해 라이더 일을 시작하며 운전 미숙으로 발생하는 사고가 대폭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배달기사들의 안전운전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현실도 언급됐다. 위 회장은 "대다수 플랫폼 업체들에서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배달기사의 안전교육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대형 플랫폼기업이 아닌 일반 배달대행업체들은 개인 사업자가 운영하는 것이 대부분이라서 안전교육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