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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추미애 극찬한 K감시 '망신살'…부랴부랴 '땜질 처방'


입력 2021.09.04 05:14 수정 2021.09.05 03:39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세계 최고, 대한민국이 제일 잘한다"더니…헛점투성이 시스템에 국민불안 가중

법조계 "조두순에만 2억원 감시자원 보여주기 급급…더 심한 범죄자 많아 전자발찌론 역부족"

"재범위험 큰 범죄자, 출소 후에도 별도 시설 격리 필요"…'보호수용제 재도입' 목소리 더욱 커져

박범계 법무부 장관(사진왼쪽)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법무부

재범 위험이 큰 성범죄자가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훼손하고 잠적·도주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법무부의 허술한 감시체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새로운 재범방지 정책의 부재 등 당국의 직무유기가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법조계 안팎에서 잇따르는 가운데,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3일 새롭게 내놓은 재범방지 대책 역시 '땜질식 처방'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앞서 박 장관은 지난 7월 법무부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를 방문해 '한국형 전자발찌'의 품질을 칭찬하고 법무부 전자감시 시스템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추켜세웠다. 이른바 '함바왕' 유상봉이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한 지 2주가 지난 시점에 나온 발언으로 부적절한 자화자찬이라는 비판이 쇄도했었다.


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조두순 출소 대책 관련 질문을 받자 "CCTV와 위치추적 장치를 연계하는 것은 대한민국이 제일 잘하고, 세계 최초"라며 "부착자가 현재 무엇을 하고 있는 지까지 다 파악이 가능한 탁월한 시스템을 대한민국이 갖추고 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최근 허술한 감시 실태가 속속 드러나면서 국민들은 불안에 떨고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만 13건의 전자발찌 훼손 사례가 발생했고, 소재 불명 성범죄 전과자는 119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보호관찰관 1명당 감시 대상이 17명에 달해 돌발상황 대응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자발찌 살해범' 강윤성이 지난달 31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례로 지난달 전자발찌를 끊고 여성 2명을 연쇄 살해한 '전자발찌 살해범' 강윤성 사건의 경우 발찌 훼손범을 CCTV로 추적하는 통합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영장 발부가 늦어져 경찰이 주거 진입 및 강제 수색에 어려움을 겪는 등 제도적 허점도 드러났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현행 전자감시 시스템으로는 일부 흉악 범죄자의 재범 억제가 어렵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특히 각계의 관심이 쏠린 조두순에게는 4개월간 혈세 2억원을 들이는 등 감시자원을 쏟아부었지만, 알려지지 않은 악질 범죄자들에 대한 감시는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어 여론을 의식한 보여주기식 대책일 뿐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보호관찰 심사를 하다 보면 조두순보다 더한 범죄자도 많이 접하게 되고, 이런 사람들은 전자발찌만 채워 놓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재범 위험이 큰 범죄자는 출소 후에도 별도 시설에 격리하는 보호수용시설 설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이 현재 마련돼 있는 보호관찰 시스템을 정비·강화하는 것만으로는 재범 억제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2005년 폐지된 '보호수용제' 재도입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호수용제는 재범 위험이 큰 강력범을 형기 만료 후 일정 기간 보호수용시설에 수용하는 제도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재범 위험성이 매우 높은 중대 범죄 전과자를 사회에 내보내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이고 선량한 시민을 흉악범죄의 실험 대상으로 삼는 것"이라며 "일부 여론은 인권 문제를 들어 보호수용제를 반대하지만, 선진국에서 모두 시행하고 유럽인권재판소도 인정한 제도를 우리만 시행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진짜 문제의 핵심은 전자발찌가 아니라 재범방지 정책의 부재"라고 강조하고, "과거 나영이 사건 등이 줄줄이 터졌지만 이후 효과적인 재범방지 정책이 추진됐다는 소식은 없다. 법무부의 직무유기와 무능함이 이번 강윤성 사태를 불러왔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도 "전자발찌 훼손 사건은 매년 여러 차례 터지는 데 그때마다 법무부가 내놓는 대책이라고는 발찌 견고성 및 경찰과 공조체제 강화의 되풀이"라고 지적하고, "전자발찌로 재범 위험을 막는 데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보호감호 처분 등 새로운 정책이 필요하다" 촉구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3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이와 관련해 박 장관은 3일 '전자감독 대상자 재범방지 대책' 브리핑을 열어 근본적인 재범 억제 대책을 마련하고 보호관찰 대상자 관리시스템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보호관찰소를 직접 방문해 대상자의 고위험 정보에 대한 정보공유 부족, 보호관찰 위반 내용과 관련한 직원 간의 소통 부족 등 관리시스템의 미비점을 확인했다"며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전자감독·보호관찰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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