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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X같아서, 더 죽였어야"…반성없는 살인마의 형량은?


입력 2021.09.02 05:23 수정 2021.09.01 20:47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전자발찌 살해범' 범행 반성않고 남 탓만…'한강 토막살인' 장대호 닮은꼴

무기징역 등 '사회와 영구 격리' 유력…법조계 "자수해도 무조건 감경 아냐"

"사이코패스적 특성 일부 드러내…재범 가능성 높아 형량 가중 요인 될 수도"

'전자발찌 살해범' 강모씨가 지난달 31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자발찌를 끊고 여성 2명을 연쇄 살해한 이른바 '전자발찌 살해범' 강모씨가 지난달 법원에 송치되는 과정에서 "당연히 반성 안하지 사회가 X같아서" "더 못 죽인 게 한이다"라고 발언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반성의 기미가 전혀 없는 강씨를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법조계 안팎에서도 과거 비슷한 흉악범들의 사례에 비춰보면 강씨가 사형에 준하는 무거운 형벌을 받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른다.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지난달 26일 자신의 집에서 여성 1명을 살해한 뒤 이튿날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했다. 그는 도주하는 와중에 또 다른 여성을 살해했고 29일 송파경찰서에 직접 찾아와 자수했다. 앞서 강씨는 2005년 20대 여성을 흉기로 위협해 금품을 빼앗고 성추행한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아 징역을 살다가 지난 5월 전자발찌를 부착한 채 가출소했다.


강씨는 경찰에 자수했지만, 범행에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드러내고 원인을 '남 탓'으로 돌리는 점에서 2019년 검거된 '한강 토막살인 사건'의 범인 장대호와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장대호는 자신이 일하던 모텔에서 시비가 붙은 투숙객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뒤 5일 만에 경찰에 자수했으면서도 "유족에게 전혀 미안하지 않다" "난 양아치를 죽였을 뿐" 이라고 태연하게 발언해 파장을 일으켰다. 검찰은 '반성이 없다'며 장대호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대법원도 "자신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점을 고려했다"며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한강 토막살인 사건' 범인 장대호. ⓒ연합뉴스

이처럼 범죄자가 '반성의 기미가 없다'는 이유로 사형을 구형하고 중형에 처한 사례는 'PC방 살인사건' 김성수, '의붓아들 살해' 고유정,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안인득, '인제 등산객 살해' 이 모씨, 연쇄살인마 강호순 등 다수가 있다. 물론 실질적 사형폐지국가로 분류되는 우리나라는 지난 1997년 이후 사형을 집행한 적이 없고, 선고 판례도 드물지만 '사회적 사망'으로 일컬어지는 무기징역형에 처한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범행에 대한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는 것은 형을 마치고 사회에 나오면 또다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는 것을 의미 한다"며 "재범 위험에 대해 그 누가 무슨 책임을 지고 그런 자들을 사회에 풀어놓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오 교수는 이어 '전자발찌 살해범' 강씨에 대해 "죄질이나 전과 등 전반을 고려해 보건데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되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취재진 앞에서 보인 부적절한 언행은 교도소에서 평생 살게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잔혹함을 과시하려는 행동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자포자기한 상태에서 될 대로 돼보라는 식으로 그런 행태를 보인 것"이라며 "사회에 불만을 표출하며 '이게 다 내 책임이냐'는 식으로 자기합리화를 하려는 심리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흉악한 범죄자들.ⓒ게티이미지뱅크

네티즌 등 일각에서는 강씨가 자수를 한 탓에 형을 감경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자수는 '임의적 감경 사유'로 양형에 필수적으로 참작하는 것이 아니며, 장대호의 사례처럼 자수를 했더라도 죄질이 나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무기징역이 선고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일각에선 강씨가 정신질환의 일종인 '반사회적 인격장애(사이코패스)'를 겪고 있어 심신미약 등으로 감형을 받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한다.


이 같은 의문에 대해 오 교수는 "정밀한 검사가 이뤄지기 전에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일단 강씨는 금전관계 문제가 있고, 폭력적 성향에 충동적이기도 한 측면이 반사회적 인격장애의 특성과 일치 한다"며 "하지만 반사회적 인격장애는 심신미약으로 해석하지 않아 형량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법조계 전문가는 "흉악범들이 사이코패스 검사를 받는 이유는 형량을 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범행 동기가 무엇인지를 파악·연구하고 향후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수사에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며 "재판부에 따라서는 오히려 강씨 같은 사이코패스들이 재범의 위험이 크다고 보고 형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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