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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해?] 기어코 만들어낸 박정민·이성민의 '기적'


입력 2021.09.01 14:05 수정 2021.09.01 14:05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15일 개봉.

이장훈 감독 신작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 뒤통수가 얼얼한 반전, 눈에 띄는 캐릭터는 없다. 대신 이야기의 힘, 배우들의 연기로 관객을 웃고 울리는 재주를 가졌다. '기적'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영화로, 추석 극장가 가족들과 함께 보기 더할 나위 없는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1988년 지어진 세상에서 가장 작은 기차역 양원역을 모티브로 만든 '기적'은 오갈 수 있는 길은 기찻길밖에 없지만 기차역은 없는 마을에 간이역 하나 생기는 게 꿈인 준경(박정민)과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다.


준경은 간이역을 만들기 위해 청와대에 54번째 편지를 쓰고 답장이 없자, 대통령에게 직접 부탁하기 위해 대통령 배 수학경시대회에 도전하는 엉뚱한 인물이다. 청와대에 직접 가보려 서울행 버스도 탔건만, 멀미 때문에 도중 하차한다. 대통령에 그의 바람이 닿는건 이토록 멀기만 하다.


그런 준경의 곁에는 천재적인 면모를 알아보고 신박한 아이디어를 내는 라희(윤아)와 늘 웃으며 응원해 주는 누나 보경(이수경)이 있다. 하지만 아버지이자 기관사 태윤(이성민)은 간이역에 몰두하는 준경이 못마땅하다. 준경은 무사히 간이역을 만들 수 있을까.


영화적으로 의문이 갔던 캐스팅은 영화의 반전 요소다. 생각보다 이 반전은 일찍 베일을 벗는다. 또 준경이 간이역을 왜 그토록 짓고 싶어 하는지, 아버지 태윤은 왜 반대를 하는지 이유가 후반 반전으로 작용한다. 이는 관객에 따라 신파적 설정과 이야기의 감동을 더하는 요소, 두 가지로 나뉠 것으로 보인다.


무뚝뚝하고 촌스러운 준경 역의 박정민의 호연은 처음부터 끝까지 '기적'이 쥔 힘이다. 다양한 배역을 훌륭하게 소화한 박정민은 '기적'을 통해 다시 한번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를 스스로 보여준다.


윤아도 시골 소녀의 싱그러움과 순수함, 그리고 당돌함을 재기 발랄하게 표현했다.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준경에게 돌직구를 던지는가 하면, 준경의 한 마디에 스스로 녹는 사춘기 여고생의 첫사랑을 보여준다. 이성민의 존재감은 부자간의 비밀과 이 가정의 사연이 풀리는 후반부터 발휘된다.


영화는 1988년을 배경으로, 손편지, 우체통, 카세트테이프 등 그 시절의 낭만을 가득 담아냈다. 파란 하늘, 푸른 숲, 기찻길, 개울 등 시골의 아름다운 풍경과 어우러진 낭만은 한 폭의 수채화 같은 느낌을 준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로 따스한 색채의 판타지 로맨스를 담아냈던 이장훈 감독의 신작이다. 15일 개봉. 러닝타임 117분.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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