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반도체 합종연횡, 中-日 당국 승인 변수되나


입력 2021.09.01 06:00 수정 2021.08.31 21:23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차량용 제품 공급 부족 사태로 반도체 자급론 대두

이해득실과 긍부정 영향 따라 찬반 좌지우지 될수도

삼성전자 적극적 M&A 추진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에서 현지 직원들이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자료사진).ⓒ삼성전자

최근 반도체업계에서 인수합병(M&A) 시도가 잇따르면서 합종연횡을 통한 지각변동 조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중국과 일본 등 주요국 경쟁당국들의 승인 여부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부터 차량용 반도체를 중심으로 공급 부족 사태가 빚어지면서 반도체 자급론이 더욱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각국이 이해득실에 따라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M&A는 제동이 걸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90억달러(약 10조3000억원)에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 인수를 발표한 SK하이닉스는 인텔과의 계약 체결 후 주요 8개국에서 진행된 반독점 승인 심사에서 7개국 심사를 통과한 상태로 중국 경쟁당국의 심사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미 국내를 비롯, 미국·유럽연합(EU)·타이완·브라질·영국·싱가포르 등 7개국의 승인이 떨어진 상태여서 중국만 승인을 해주면 낸드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매머드급 계약은 최종 성사된다.


이번 인수합병(M&A)이 낸드업계 4위(SK하이닉스)와 6위(인텔) 업체들간 이뤄지는 것이어서 경쟁당국의 승인 불허의 단골 이유는 독과점 우려에서는 벗어나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양사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12.3%와 6.7%로 이를 합친다고 해도 19%로 20%에 미치지 못한다.


낸드 시장에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중국 기업이 없어 자국 산업 위협이라는 점에서도 비켜나 있고 SK하이닉스(우시·D램)와 인텔(다롄·낸드) 모두 중국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는 등 지속적인 투자를 해 왔다는 점에서 승인을 거부할 당위성이 낮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위기다.


SK하이닉스도 올 하반기 내로 중국의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 경쟁당국의 프로세스에 따라 승인 절차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큰 문제가 없는 만큼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는 지난해 9월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ARM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자료사진)ⓒ뉴시스
반도체 자국주의 강화로 대형 M&A 민감성 높아질 듯

하지만 지난해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에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을 겪으면서 글로벌 부품 공급망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상태라는 점은 변수다. 자국 반도체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형 M&A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은 지난 2018년 미국 이동통신 반도체 기업 퀄컴의 네덜란드 자동차 반도체 업체 NXP M&A, 2019년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의 일본 반도체기업 고쿠사이일렉트릭 M&A를 모두 불허하며 무산시킨 전력이 있다.


또 반도체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M&A으로 관심을 모았던 미국 엔비디아의 영국 반도체 설계 전문(팹리스·Fabless) 기업 ARM 인수도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무산시킬 태세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9월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ARM을 400억달러(약 46조6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를 감안하면 낸드업계 3위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의 2위 일본 키옥시아(구 도시바메모리) 인수는 더욱 성사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각) 웨스턴디지털이 키옥시아를 200억달러(약 23조3000억원) 이상에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양사 간 협상이 수 주 이상 지속됐으며 이르면 이달 중순 합의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우선 양사의 합병은 낸드 시장 재편의 소용돌이를 일으킬 정도로 파급력이 훨씬 커 주요 경쟁당국이 경계심이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중국은 무역분쟁에 이어 반도체 패권 경쟁도 펼치고 있는 미국의 기업이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그리 달갑지 않은 일인 만큼 까다롭게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무산시킨 퀄컴-NXP, 어플라이드-고쿠사이간 M&A도 모두 미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한층 강화시킬수 있었던 딜(Deal)이었다.


또 일본 입장에서도 유일하게 남은 대형 반도체 기업이 해외로 매각되면 자국 메모리반도체 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강하게 반대하며 승인을 불허할 가능성이 크다.


키옥시아 홈페이지 캡쳐.
"3년 내 M&A" 공언한 삼성, 비메모리 경쟁력 강화에 필수적

반도체 자국주의에 기반한 주요국들의 태도는 인텔과 종합반도체 1위를 다투고 있는 삼성전자의 M&A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 2016년 11월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을 80억달러(약 9조3000억원)에 인수한 뒤 사실상 대규모 M&A의 맥이 끊긴 상태인 삼성전자는 효율적인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앞으로 적극적인 M&A를 추진할 계획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2020년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3년 내 대규모 M&A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가 초격차 경쟁력을 보유한 D램과 낸드 등 메모리븐야에서 추격자들의 M&A가 용이하지 않게 되는 점은 분명 긍정적인 요인이지만 반대로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비메모리분야에서는 오히려 추격이 필요한 현실에서 M&A를 통한 경쟁력 강화가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단적인 예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분야에서는 1위 타이완 TSMC와의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2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17.3%로 TSMC(52.9%)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뿐만 아니라 M&A를 적기에 단행해 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 2019년 4월 발표한 '반도체 비전 2030'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1위로 올라서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M&A는 필수적이다. 총 171조원의 대규모 투자에서 M&A가 한축으로 작용해야만 경쟁력 강화가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M&A는 약점을 보완해 새로운 도약을 꾀할 수 있는 좋은 도구”라면서 “시장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른 반도체 업종의 특성상 투자와 마찬가지로 M&A도 선제적으로 적기에 단행하는 것이 미래 경쟁력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생산라인 전경.ⓒ삼성전자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